Q : 가격은 비싼데 성능은 의심스러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이하 진단키트)로 인해 소비자의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가격상승의 주된 요인이었던 공급부족 상황도 어느 정도 풀린 상태라 더욱 그렇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진단키트 가격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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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A :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자면 못 내리는 게 맞습니다. 지난 2월 13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진단키트 유통개선조치’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진단키트 유통개선조치는 한때 수급난으로 개당 수만원대에도 거래되던 진단키트 가격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특단 조치였습니다. 진단키트에 대해 △판매가격 제한(개당 6000원), △판매처 제한(약국·편의점 허용. 온라인 판매 금지) △대용량 포장 제품 생산 △1인당 판매수량 제한(1회당 5개) 등의 규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필요한 규제였으나, 최근 진단키트 공급량 확대,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 진입 등으로 명분을 잃었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진단키트 공급량은 2억 1000개 규모로 전월 대비 배 넘게 늘었습니다. 하루 30만명을 넘어섰던 코로나19 확진자도 최근 20만명대로 줄어들며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진단키트 유통개선조치를 완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식약처는 이날부터 1인당 진단키트 판매 개수 제한을 해제했습니다. 업체들의 소포장 생산도 허용했습니다. 문제는 판매가격 6000원 지정과 판매처 제한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당국은 이달 말까지 시장 상황을 주시 후 향후 변경 여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모씨(여·41세) “미취학 아동을 둔 4인 가족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만 검사해도 5만원 돈이 나간다”며 “하지만 한 번에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1인당 두세 번씩 검사할 때가 많아 지난달 진단키트 구입에만 20만원 넘게 썼다”고 호소했습니다.
경기 일산시에 거주하는 창모씨(남·48세)는 “진단키트는 정확한 결과를 얻기 힘들어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전문기관을 이용하고 있다”며 “불편하지만 진단키트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 싸고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진단키트보다는 검사방법에 있다고 봅니다. 실제 식약처는 민감도 90%·특이도 99% 이상으로 성능이 입증된 진단키트만을 허가해주고 있습니다. 민감도는 임상시험에서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검사했을 때 진단키트로 양성이 진단되는 비율입니다. 특이도는 비감염자를 대상으로 검사해서 진단키트로 음성이 확인되는 비율입니다.
다만 판매가격 6000원 지정과 판매처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업계도 소비자와 입장을 같이했습니다. 공급난이 완화된 만큼 시장에 맡겨두면 높은 가격 등 불필요한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현재 편의점과 약국 등에 판매되는 진단키트는 생산자와 유통자를 거쳐 공급된 제품입니다. 생산자가 3000원 내외에서 공급하면 일정 부분의 비용을 더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식입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의 허용이 진단키트 가격 하락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진단키트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 2월 정부가 진단키트 가격을 6000원으로 제한할 때는 적절한 가격이 이보다 2000원 정도 높은 수준이 8000원으로 분석됐다”며 “반대로 지금은 이보다 1000원 이상은 낮은 가격이 시장가로 평가돼 가격과 판매처 등을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단키트업체 B사 관계자는 “진단키트 제조에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지 않아, 시장의 자율화에 맡기면 업체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정부는 업체별 진단 정확도 등 객관화된 정보만 제공하고, 기업들이 자율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소비자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