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러브콜'…몸값 오른 '반도체의 전설' 비결은

2016년 설립…'팹리스' 유니콘 기업으로
RISC-V 기반으로 '인텔·ARM' 독점 깨뜨려
직원 300명…켈러 CEO, '다양성' 추구 리더십
  • 등록 2024-07-05 오전 5:30:00

    수정 2024-07-05 오전 5:30:0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텐스토렌트의 현재 주요 목표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모델을 효율적으로 컴파일하는 것입니다.”(짐 켈러 최고경영자(CEO))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한몸에 받으며 쑥쑥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반도체의 전설’ 짐 켈러가 이끄는 캐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다. 2016년 설립된 텐스토렌트는 9년 차를 맞이한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며 새 시대를 준비하는 숨은 강자로 꼽힌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23’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4일 업계에 따르면 텐스토렌트는 삼성전자(005930)와 파운드리 협력을, LG전자(066570)와는 TV·차량용 반도체 개발에서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텐스토렌트에 5000만 달러(약 680억 원)를 대거 투자하며 텐스토렌트와 제휴를 맺었다. 이 밖에도 일본 도요타,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대규모 투자도 받으며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텐스토렌트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기업 가치 10억 달러(1조3000억 원)에 이르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IP 라이센싱(특허 기술 대여)과 고객 맞춤형 칩렛(Chiplet·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칩을 집적하는 기술) 설계를 주요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텐스토렌트가 각광받는 이유는 개방형 설계자산(RISC-V)을 기반으로 한 AI 반도체 기업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RISC-V는 전자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를 위한 틀을 제공한다. 개방형(오픈소스) 특성상 무료로 활용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은 물론, 수정·배포에 대한 제한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명령어 집합을 사용하려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 인텔이나 영국 ARM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RISC-V를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누구나 무료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두 기업의 독점 체제를 깨부순 텐스토렌트는 현재 AI 시장의 90%를 차지한 엔비디아에도 도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텐스토렌트의 수장인 켈러 CEO의 존재감도 텐스토렌트의 성장 요인 중 하나다. 켈러 CEO는 인텔 수석부사장, AMD 부사장·수석설계자를 거쳐 애플과 테슬라에서도 중책을 역임한 반도체의 아버지다. 그는 여러 회사를 옮기며 자신의 천재성에 취한 ‘외로운 늑대(lone wolf )’가 아닌 팀워크를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켈러 CEO가 2020년 텐스토렌트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했을 땐 직원이 60명에 불과했지만 이젠 3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부터 CEO를 역임한 그는 반드시 모든 직원이 똑똑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성’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켈러 CEO는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게으른 사람이 있는 건 좋은 일”이라며 “낙관주의자가 필요하고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절히 섞인 좋은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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