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절대 안간다는 윤석열..한미정상회담 어디서?[궁즉답]

대통령 취임식 열흘만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새 집무실, 정상회담까지 준비 어려울 듯
국방컨벤션센터, 한남동 외교공관 등 거론
  • 등록 2022-04-22 오전 7:14:44

    수정 2022-09-19 오후 3:46:04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다음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대통령실을 옮겨서 청와대를 개방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미국 대통령은 수많은 외교사절 중 가장 주목받는 인사인데 집무실이 이전되는 상황에서 어디서 열릴 지 궁금합니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미 정상회담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21일께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 역시 아직 한미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날짜일 뿐, 한미 모두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5월 20일 한국에 방문한 뒤, 다음날 정상회담을 하고 내달 22일 쿼드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일정대로 간다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열흘만에 외빈을 맞이하는 셈입니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의 동맹국으로서 아주 중요성이 큽니다.

문제는 질문자께서 지적하신대로 청와대가 이전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준비가 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역대 정부에서는 통상 청와대 집무실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한 용산 국방부 청사는 한미정상회담 개최날까지 정상회담을 열 수 있을만한 정비를 끝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이를 대신할만한 제3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30명에서 250명까지 수용하는 다양한 연회공간이 확보돼 있고 새 대통령 집무실하고도 가까운 국방컨벤션 센터가 유력하게 꼽힙니다.

문제는 이곳이 결혼식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방컨벤션은 저렴한 대관료와 식대, 편리한 교통 등이 장점으로 꼽히며 평소에도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이 때문에 내년까지 예약이 밀려있다고 합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5월 21일은 토요일로 결혼식으로 가장 선호되는 요일이죠. 이미 5월 21일 결혼이 예정된 신혼부부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난제입니다.

이외 한남동 외교공관과 국방컨벤션센터 옆에 있는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개방된다고 하더라도 오·만찬 등 접객은 영빈관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동선과 상징성 등을 고려해 인수위원회 측은 이는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인 장소는 보안 등을 고려해 이번 주말께 한국을 찾는 미국 실무답사단이 한국 실무진과 함께 돌아보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역대 서울서 개최된 양자 정상회담은 청와대에서 열렸습니다. 다만 다자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정상회담이나 회담 장소 자체가 서울이 아닌 경우, 청와대가 아닌 곳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991년 한소 정상회담 1996년 한미·한일 정상회담 2004년 한중일 정상회담 등은 제주도에 있는 호텔 등에서 열렸습니다. 2005년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는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혁체)정상회담과 한아세아 정상회담 장소였고요,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 중문단지에서 제주도를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사진=e영사역사관)
오히려 현재 청와대와 영빈관이 시설의 노후화 열악함을 고려할 때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높아진 국격에 맞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019년 2월 청와대를 떠났을 당시에 “말이 영빈관이지 실은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에 어떤 상징도, 역사도, 스토리텔링도 없는 공간에서 국빈만찬과 환영공연 등 여러 국가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늘 착잡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급하게 영빈관을 떠날 것을 예상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청와대에서 의전을 책임진 그조차 이렇게 말할 정도면 현재 청와대와 영빈관이 높아진 우리의 국격을 담아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을 어디서 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담는냐겠죠. 취임 후 열흘여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차기 5년간 한미 관계를 재정립시킬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전도 중요하지만 양국 대통령의 만남을 내실 있게 준비하는 내용이 무엇보다 충실하게 준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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