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대규모 전세 사기를 기점으로 연립·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중심으로 월세 거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비아파트 임대주택 10곳 중 6곳은 월세 거래였다. 전세 사기가 일어나지 않았던 2021년까지만 해도 10곳 중 4곳만 월세 거래를 했으나 3년 사이 월세 거래가 절반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중심의 월세 거래가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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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공포·보증금반환보증 가입도 까다로워
7일 이데일리가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의뢰해 작년 서울 연립다세대·오피스텔 임차 거래를 조사한 결과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19만 7060건이 거래됐고 이중 월세 거래는 11만 6445건으로 집계돼 전체의 59.1%를 차지했다.
이러한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2021년까지만 해도 39.4%에 불과했으나 2022년 말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하면서 45.2%로 껑충 뛰더니 2023년 53.0%, 2024년(1~11월) 59.1%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2021년 39.6%, 2022년 44.1%, 2023년 41.4%, 작년(1~11월) 41.3%로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공시지가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전세보증 가입 한도가 공시지가의 126%(공시가격 140%에서 담보인정비율 90%를 곱한 값)에서 112%로 낮아진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연립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와 공시지가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체결된 전세 계약의 69%가 갱신 계약시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전세를 끼고 빌라에 투자한 후 추후 빌라 가격이 올랐을 때 차익을 볼 것이란 기대가 약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기에 빌라도 같이 오르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졌을 뿐 원래 빌라는 한국에선 언제 팔릴지 몰라 비선호 매물”이라고 짚었다. 특히 지방에선 월세화가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빌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며 운영수익에 입중하는 임대인이 많고 수도권 대비 월세 지불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세 기피·월세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세보증금 대비 월세보증금과 매월 납부하는 월세 비용도 급등하고 있다. 서울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의 월세보증금은 작년(1~11월) 월평균 각각 8988만원, 5958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0%(1741만원), 46.6%(1895만원) 상승했다. 보증금 1000만원당 월세 비용도 84만원, 81만원으로 2.7%(2만 2000원), 3.3%(2만 6000원) 올랐다. 전세 사기가 없었던 3년 전과 비교하면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의 월세보증금은 각각 45.5%(2812만원), 81.5%(2675만원)나 급등했다. 보증금 1000만원당 월세 비용도 25.6%(17만원), 19.2%(13만원) 뛰었다.
전세보증금은 작년(1~11월) 평균 각각 연립다세대가 2억 2970만원, 오피스텔이 2억 4593만원으로 3년 전대비 각각 0.5% 감소(124만원), 13.9%(3001만원)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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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추세적으로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비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 복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보증금은 서민들에겐 사실상 전 재산인데 이것을 날릴 바엔 아예 월세를 부담하겠다는 인식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세는 우리나라만 있는 특수한 형태의 임차 구조로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만 된다면 자산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대쪽에선 갭투자를 조장해 결국엔 매매 가격, 전세 가격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세대출은 공적보증기관에서 끊어주는 보증서로 시중은행에서 쉽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계대출을 늘리는 수단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전세는 세입자의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갭투자는 조장하는 양날의 칼날”이라며 “전세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전세 사기로 언제든 터질 수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시대 흐름상 전세가 계속 존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다른 한편에선 올해 금리 인하기가 본격화돼 전세 선호 현상이 살아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금리 방향성이 인상보다는 인하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다시 전세 선호 현상이 생길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있다”며 “전세기피현상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진 굉장히 장기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