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4·7 재보궐선거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패색이 짙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킨 데 이어 부산시장까지 자당 소속 후보로 석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에 대한 재추대론이 부상하고 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제3투표소에서 4.7 재보궐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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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일단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어 열리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승장(勝將)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간 김 위원장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위원장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7일 출구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민심이 폭발했음을 보여줬다. 국민의 상식이 이기는 선거였다”며 “부산은 서울보다 격차 더 크게 벌어진 것 같은데,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 표시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부산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대패한 뒤 당을 맡아 11개월 동안 당의 쇄신 및 중도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보궐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김 위원장은 2016년 총선 이후의 연전연패 사슬을 끊고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보궐선거 이후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올해 초만 해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대세론이 흘러나오면서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부산시장 다 당선시켰다. 이는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명실공히 제1야당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만들며 맡은 바 책무에 대해 다했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새롭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한 여론들은 계속되며 ‘김종인 앵콜’을 외칠 것”이라며 “일단 4월 7일까지라고 약속했던 상황이라 직을 내려놓겠지만, 그 이후에는 어떤 방식이든 간에 김 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터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김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야권 대선 주자 선출 과정에서 발언권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보궐선거는 김 위원장의 경륜과 혜안이 돋보인 선거였다”면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그의 성격상 8일 당을 떠나겠지만, 우리당의 멘토로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도 정권교체를 함께 이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재추대되더라고 당 대표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다시 오더라도 당 대표로 오진 않을 것이다. 당 대표랑은 격이 맞지 않다”면서 “그보다 높은 위치(멘토)에서 정권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는 6월 전당대회에서 새롭게 선출될 당대표는 김 위원장과 대선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