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8월 한국 증시를 흔들던 초전도체, 맥신과 양자컴퓨터 등 이른바 급등 테마주 투자 열기가 언제 열풍이 불었느냐는 듯 빠르게 식고 있다. 신기술 혹은 신소재 개발에 대한 수혜에 의구심이 커지고 관련 기업의 가치 평가에 대한 거품이 빠지면서다. 뒤늦게 테마주에 올라 탔던 투자자들만 애를 태우는 모습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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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한때 초전도체 테마주의 대장주로 분류된
서남(294630)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87% 하락한 521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온 초전도체가 주목을 받았던 지난 8일 1만543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초전도체 테마로 함께 분류된
덕성(004830),
원익피앤이(217820),
탑엔지니어링(065130),
파워로직스(047310) 등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는 초전도체 이후 급등세를 탔던 맥신과 양자컴퓨터 테마주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테마주 대부분이 1000억원대 내외의 중소규모 종목이 대부분인 만큼 상승 속도만큼 하락세도 가파른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적 주가 급등에 테마와 연관관계를 부정하거나 주요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하며 이득을 챙기는 현상이 이어진 것도 열기에 찬물을 부었다.
테마주 열기가 식으면서 투자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초전도체 테마의
신성델타테크(065350), 맥신의
휴비스(079980), 양자컴퓨터의
우리로(046970) 등 테마 대장주 혹은 테마와 기술 또는 사업으로 가장 연관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종목에 잔존 수급이 몰리면서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하는 정도다.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주가 반등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시물도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급등 테마주의 갑작스러운 약세의 이유로 증시 환경 변화를 손꼽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의 잭슨 홀 연설 이후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하는 등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공포 심리가 정점을 통과했다. 그간 방황했던 수급이 이성을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 열풍이 사그라지는 추세인 만큼 향후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스권에 갇힌 증시의 방향성에 따라서다. 지수가 상향하면 성장주 중심으로, 하향하면 방어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특정 종목 위주의 테마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2차전지와 반도체 등 주요 주도주의 반등 여부가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마주 장세는 이달 들어 기존 주도주의 주도력이 분산되면서 시작됐다”며 “지수가 추세 전환할 수 있는 재료가 나타나거나 압도적인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테마 장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