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축구부터 드론까지 골라 들어…"방과 후가 기다려져요"

■연중기획 ‘저출산 시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④돌봄·사교육
서울 이태원초 방과후학교 현장 가보니
학생·학부모 원하는 수업 지속 반영
AI기초학습·음악·미술도 도입 준비
"비싼 학원 안가고 아이 취미 찾아"
만족도 100점 만점에 93.9점 나와
  • 등록 2024-07-25 오전 5:32:00

    수정 2024-07-25 오전 5:32:00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 교육문화관 1층 체육관에서 진행된 방과 후 학교 축구 프로그램 중 학생들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축구 수업만 기다려요. 작년에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축구가 없었는데 올해 생겨서 너무 신나요.”

지난 16일 오후 3시에 방문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 교육문화관 1층 체육관에서는 방과 후 학교의 축구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날 이태원초 1~4학년 학생 16명은 50분 동안 드리블과 슈팅을 연습한 후 실전 경기를 벌였다. ‘보조 코치’ 역할을 하며 후배 학생들의 축구 경기를 지켜보던 5학년 이지후 군은 “방과 후 축구 수업이 가장 재밌고 기다려진다”며 웃어보였다. 이 군은 저학년 학생들의 축구 강습이 끝난 직후 진행되는 고학년(5~6학년) 대상 방과 후 축구 프로그램을 수강한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서울 이태원초 방과후 프로그램 월 2만원..부모 만족도 93.9점

이태원초는 1학기 총 14개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농구·댄스·드론항공·독서토론논술·로봇과학·미술·바이올린·배드민턴·실험과학·음악줄넘기·영어회화·중창·축구·컴퓨터·쿠키플레이·탁구·한자 등이다. 이태원초는 축구, 드론 프로그램을 작년까지 운영하지 않았지만 학생·학부모 수요를 반영해 올해 2개 수업을 신설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에는 이태원초 대다수 학생이 참여하는데 만족도가 높다. 전체 학생 216명 중 방과 후 프로그램 참여자가 327명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한 학생이 1개 이상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셈이다. 지난 3~5월 사이 진행된 학생·학부모 대상 만족도 평가에서는 100점 만점에 93.9점이 나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 컴퓨터실에서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 컴퓨터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학부모들은 방과 후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사교육비 절감을 들었다. 통상 주 1회·1시간 30분가량 진행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의 수강료는 월 2만원대다. 이태원초에 다니는 4학년생 딸을 둔 학부모 조향미 씨는 “값비싼 학원이 아닌 저렴한 가격에 아이들 취미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조 씨의 딸은 컴퓨터, 독서토론논술, 댄스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이태원초 관계자는 “코로나가 끝난 뒤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며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꾸준히 수요를 파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학부모 여론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태원초는 맞벌이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돌봄교실도 운영 중이다. 1~4학년 학생들은 수업 후 저녁 7시까지, 5~6학년은 오후 5시까지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 늘봄교실 전면 도입에 따라 2학기부터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후 평일 2시간 무료 프로그램도 추가된다. 이태원초는 호응이 높은 신체활동 프로그램과 AI기초학습·음악·미술 등의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구로구에서 운영중인 우리동네키움센터 모습. (사진=구로구청)
이태원초와 같은 개별 학교를 넘어 돌봄 공백과 학습활동을 동시에 지원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시도 역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학교·거주지 밀집지역 근처 10분 거리 내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자녀를 오후 1시~저녁 8시(방학은 오전 9시~저녁 7시) 사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이용료는 자치구별로 다른데 무료이거나 최대 월 5만원 수준이다. 서울 용산구 내 키움센터를 이용하는 학부모 A씨는 “하교 후 학원 등원까지 생기는 돌봄 공백 시간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동남권 등 서울 5개 권역에서는 오전 7~9시 사이 돌봄교사가 학생의 등교 준비를 돕고 등굣길까지 동행하는 아침돌봄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6개월~7세 이하) 누구나 시간 단위로 맡기는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위 ‘독박육아’의 높은 피로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은 기존 어린이집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서 주중·낮 시간대에 시간 단위로(1일 최대 4시간, 월 60시간 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료는 1시간당 2000원이다. 현재 권역별로 7개 어린이집을 시범운영 중이며 향후 시설을 확대하고 육아 프로그램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을 시범운영 중인 도봉구 세인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들과 양육자가 영아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함지현 기자)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을 시범운영 중인 도봉구 세인어린이집 모습. 어린이집 앞에는 “엄마에게도 시간이 필요해요”라는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띈다. (사진=함지현 기자)
중학프리미엄 무료화로 ‘사교육 완화’

학업 성취도를 높이면서도 사교육 부담은 덜 수 있는 대안도 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연간 71만원 상당의 ‘EBS 중학프리미엄’ 강의를 지난해 7월부터 전면 무료화했다. 중학프리미엄은 EBS가 자체 제작한 교재가 아닌 시중 판매도가 높은 유명 교재를 기반으로 해 만든 유료 강의다. 무료화 이후 이용자 수는 지난해 약 1만 4000명에서 올해 40만 2300명(7월 기준)으로 28배 넘게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에서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이 하락했는데 여기에는 EBS 중학프리미엄 무료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전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전년대비 0.2%포인트 늘었지만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75.4%)은 같은 기간 0.8%포인트 감소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운영하는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강남인강)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고등학생 대상 무료 인강 사이트인데 강남에 거주하지 않아도 연 5만원 수강료(강남구민 3만원)를 지불하면 1년간 수강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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