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1층 로비에서 2021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키워드를 분석해보니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경제와 일상의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국민’(34회)을 제외하면 ‘경제’가 29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지난해(18회)보다 11차례 더 언급된 것이다. ‘코로나’와 ‘회복’이 각각 16회씩 언급돼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각각 0회, 3회 언급에 그쳤던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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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었던 악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부동산 혼란과 권력기관 개혁을 둘러싼 잡음, 백신 늑장론 등 이른바 3대 악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이번달 첫째 주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조사해 11일 발표했는데, 긍정평가는 35.5%로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 악재가 여전히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자들 중 22%는 ‘부동산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 대처 미흡’도 16%에 달했다.
이른바 ‘추·윤 갈등’ 등 국민적 피로감을 유발했던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서도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짧게 내놨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이라면서 “법질서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백신 악재와 관련해서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백신과 관련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과 함께 3차 유행을 조기에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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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논란은 최소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신년사에 감지됐다. ‘통합’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졌다는 측면에서다. 지난 7일 문 대통령이 신년인사회 인사말에서 “마음의 통합”을 언급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신년사에서 대북 메시지도 전년 대비 대폭 축소됐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향해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다만 지난해 ‘남북 공동행사’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직접 언급한 것에 비해서는 표현이 약화됐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평화’가 17차례 거듭 언급되고 “북한의 호응을 바란다”,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 등 표현을 통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날은 비대면 방식의 만남 ‘아이디어’를 제시한 정도였다. ‘평화’ 단어는 6번에 그쳤다.
임기 말 코로나 타격에서의 회복에 오롯이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임기 마지막 성과도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의 도약으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2021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회복’과 ‘도약’, 거기에 ‘포용’을 더하고 싶다”면서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줄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선도국가 도약의 길을 향할 것”이라고 신년사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