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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경북)=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초등학교 때 난타 공연을 해봤는데 중학교에 올라와 장구를 배워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합주할 때 타악기가 소리도 크고 눈에 제일 많이 띄어요. 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위기의 농촌 학교, ‘국악’으로 새 길 열다
내년 김천예술고 입학을 앞둔 경북 성주군 수륜중 3학년 이리옹 학생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 학생은 수륜중 국악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꿈을 찾았다. 수륜중은 농촌 지역의 작은 학교다. 학생 수는 2017년 21명까지 떨어져 열자릿수대로 떨어질 뻔했지만 특색을 살린 예술교육으로 활기를 찾았다. 올해 11월 기준 수륜중에 재학 중인 학생은 40명이다. 학교는 대가야 문화권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2018년 ‘가야산 愛(애)’라는 이름의 국악오케스트라를 창단, 전교생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국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했다.
송경미 수륜중 교장은 “수륜중은 일대에서 공부 잘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다문화, 위기 학생의 증가로 새로운 교육의 길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학교가 택한 것은 다름 아닌 ‘국악교육’이었다. 송 교장은 “우리나라 악기 하나를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은 아이들의 평생 자산이 될 것”이라며 국악교육의 의미를 강조했다.
자녀 셋 모두 수륜중 출신인 학부모 박은주(49)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서양악기를 배웠다”며 “중학교에서 국악을 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지켜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등학생인 둘째는 학교 행사 때마다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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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륜중 국악교육의 특별한 점은 ‘전원 참여’다. 이를 위해 수륜중은 방과 후 과정 운영 방식부터 대폭 바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진행하던 교과 프로그램을 축소해 월·금요일만 남기고 화·수·목요일은 국악 교육으로 채웠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가야금·해금·대금·피리·타악·아쟁 등 원하는 전통 악기 수업을 듣는다.
학생들은 방과후 수업을 통해 개별 악기를 배우고 정규 수업 시간에 합주를 진행한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자율 동아리 시간, 아침·점심 시간을 활용해 전교생이 함께 연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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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륜중은 국악교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극반도 운영 중이다. 교과 내 진로교육 시간에 현직 연극배우의 수업을 듣고 방과 후 자율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연습하는 방식이다. 김영진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음악을 표현할 때 감정 표현이 서툴렀다”며 “연극을 통해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 음악에 녹여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연극반 소속 3학년 박현주 학생은 “선생님이 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히 지도해준다”며 “친구들과 연극 주제부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정하는 과정이 재밌다”고 했다. 수륜중 연극반은 경상북도 낭독극 대회에서 두 차례나 대상을 받은 실력파다. 지금은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다룬 낭독극을 준비하고 있다.
수륜중은 이같은 교사들의 노력으로 지난 2021년 교육부 ‘농어촌 참 좋은 학교’로 선정됐다. 올해는 교육부 지정 ‘늘봄학교 우수사례’ 중학교 방과후 부문에도 선정됐다. 송 교장은 “수륜중에서 자라난 국악의 싹이 세계 무대에서 꽃을 피울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리옹 학생의 꿈은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국악단을 만드는 것이다. 이 군은 “다문화 학생이 40%나 되는 우리 학교에서 국악을 배우면서 생각했어요. 국악의 매력을 외국인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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