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펀드 적신호]②신생 펀드 수익률 1년새 반토막…10개중 3개 손실

KG제로인 분석…기대수익률 '뚝'
해외부동산 정점 지나 내리막 뚜렷
기관투자자들 제살깎기식 과당경쟁
적자펀드 비중 1년새 6.8→28%
"투자쏠림 경계, 보수적 운용 필요"
  • 등록 2019-08-09 오전 5:30:30

    수정 2019-08-09 오후 2:15:41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이데일리와 KG제로인이 공동으로 실시한 해외부동산 펀드 수익률 분석 결과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부동산 투자가 이미 과열 국면에 진입했음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인 펀드가 급증하는 등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해외부동산 투자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2018년 설정 펀드 기대수익률 하회

분석결과 2018년 설정된 50개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평균 2.84%였다. 통상 부동산펀드의 기대수익률이 5∼6%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 설정된 펀드 대부분의 투자성적표는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마이너스인 펀드는 14개로 전체 펀드의 28.0%를 차지했다. 제이알투자운용의 글로벌리츠재간접펀드인 제이알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제6호가 -9.4%로 가장 부진했다. 2016년과 2017년 설정된 펀드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 비중이 15.4%, 6.8%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설정된 펀드들이 고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0∼2%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는 7개(4.6%), 3∼5%대는 18개(36.0%)로 주로 0∼5%대 구간에 집중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8%대를 기록중인 펀드는 7개(14%), 9%이상을 내고 있는 펀드는 4개(8.0%)였다. 현대인베스트먼트의 현대인베스트MackUSDebt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 9(USD)가 13.4%로 수익률 상단을 차지했다.

2013∼2015년 설정 펀드…8%대 전후

2017년 설정된 44개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5.02%였다. 마이너스 펀드는 3개(6.8%)였다. 엘비자산운용의 엘비전문투자형6호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가 -3.1%로 가장 부진했다. 0∼2%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5개(11.4%), 3∼5%대는 20개(45.5%)로 전체 펀드의 절반 이상이 0∼5%대에 분포돼 있다. 9%이상을 내고 있는 펀드는 4개(9.1%)였다. 미래에셋운용이 공모로 발행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 11이 연 11.8%로 수익률 선두를 달렸다.

2016년 설정된 13개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3.26%에 머물렀다. 이중 마이너스 펀드는 2개(15.4%)였다. 코람코운용의 코람코NPL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제1호가 -2.3%로 부진했다. 미래에셋운용의 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 9-2는 연 10.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3년(10개 펀드), 2014년(25개 펀드), 2015년(36개 펀드) 설정된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7.9%, 8.9%, 8.7%로 기대수익률을 충족했다. 9%대이상 기록한 펀드는 2013년 3개(15.9%), 2014년과 2015년은 각각 9개(36.0%), 13개(36.1%)로 그 비중이 3분의 1을 훌쩍 넘었다.

투자환경 악화

2010년대 중반부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해외 대체자산, 특히 선진국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눈길을 돌렸다.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기존 전통자산, 기존 투자처만으로는 수익률 제고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중 지분투자 등을 통한 부동산 대체투자는 글로벌 부동산시장의 상승국면과 맞물리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특히 최근 2∼3년간 국내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한 유럽지역은 환헤지 프리미엄이 크고 펀딩 코스트도 상대적으로 낮아 인기 투자처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그 흐름이 변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경기흐름이 정점을 지나는 등 전반적인 투자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펀드의 기초자산이 고평가국면에 접어들면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북미와 유럽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정보분석업체인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이 지역 상업용 부동산가격 수익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1년 20%까지 치솟았으나 2012년부터 10%대로 하락했고 2016년이후 5∼6%대로 내려앉은 상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오피스나 상가건물은 지난해부터 가격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럽지역의 환헤지 프리미엄이 줄어들면서 기대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올 초만해도 원화 환산 수익률은 유럽의 경우 1.5%포인트였지만 올들어 1.1%포인트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 연 5%의 수익을 내도 작년까진 원화 환율로 계산한 수익률이 연 6.5%였지만 최근엔 6.1%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력드러난다…묻지마 투자 자제해야

문제는 국내 기관투자자들간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이 지속되면서 버블논란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출범이 러시를 이루면서 자본력이 풍부한 일부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경쟁적으로 물건을 들여오며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제회의 한 CIO는 “내부수익률(IRR)기준으로 적어도 5%는 돼야 하지만 최근엔 3%정도 밖에 되지 않는 물건들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적절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삼영 롱아일랜드대 교수는 “유행을 좇아 특정 투자,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며 “경기 흐름상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해외부동산투자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펀드별로 실력이 드러나고 있다”며 “일단 기대수익률을 낮춰 안정된 지역, 안정된 자산 중심의 보수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봉기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부국장은 “대출형의 경우 순위나 담보가치, 임대형의 경우 임차인의 신용등급, 공실률 등 각종 지표들을 보며 모니터링을 하겠다”며 “향후 거시경제적 요인이나 부동산시장 변화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만기가 몰려 있는 펀드들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펀드


펀드재산의 절반이상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운용형태에 따라 임대형, 대출형, 개발형 등으로 구분한다. 90%이상이 사모형(투자자를 49인 이내로 한정적으로 제한)이며 최근 공모형도 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펀드 잔액(순자산액)은 8월1일 현재 90조3316억원(전체 펀드 잔액 636조3804억원의 14.2%). 이중 해외 부동산펀드는 절반이 넘는 49조555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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