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환율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짐을 싸고 있다. 그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해도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중심으로 꾸준히 사들였다. 그러나 중동 지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그간 감내했던 환율의 수준이 기대 이상으로 높아지자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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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749억원을 팔아치우면서 전날(2381억원)에 이어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4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사들였으나 최근 환율이 치솟으면서 ‘팔자’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의 수요는 미국이 애초 기대했던 금리 인하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뒤로 밀리고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금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달러화의 강세가 이어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선반영하고 있다”며 “달러화는 미국 금리 방향에 따라 강약이 결정되는데 완화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전망에 달러는 강세 압력을 다시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기조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 성격의 ‘사자’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이마저도 꺾인 모습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환율의 상방이 열렸기 때문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4.5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1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 환경이 환율이라며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후퇴·중동 지역의 갈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모든 대외 변수들을 압축해서 나타낸 지표가 지금의 고환율이라, 환율 수준에 따라 외국인의 수급이 결정되고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라도 환율 상단이 열려버리니 여기서 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개입되면서 환율을 위로 밀어 올리는 듯하다”며 “국내 증시 급락의 본질은 원·달러 환율의 오버슈팅 영향이 크고, 향후 환율의 향방에 따라 증시 불안이 진정하거나 반등의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