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싱글맘子에서 '트럼프의 남자'로…밴스는 누구?

[핫, 이사람]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 등록 2024-07-20 오전 8:05:00

    수정 2024-07-20 오전 8:05:0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오하이오 미들타운의 소년보다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는 더 확실한 예는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위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 나서기 전 그의 아내 우샤 칠루쿠리 밴스는 자신의 남편을 이처럼 소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밴스는 가족의 가치와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하면서 정책 측면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올해 39세인 밴스는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 자리에 올랐는데요, 오는 11월 대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젊은 부통령이 됩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 거쳐 벤처 투자자로

밴스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rust belt)에서 태어나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성공한 인물입니다. 2016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립니다. 회고록에 따르면 밴스는 1984년 마약 중독자인 싱글맘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의 남자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힐빌리(hillbilly)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뜻하는데요, ‘힐빌리의 노래’는 쇠퇴한 오하이오주를 배경으로 노동계급의 분노와 절망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의 회고록은 2020년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할머니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가까스로 졸업한 그는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전에 참전합니다. 제대 후 오하이오 주립대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합니다. 예일대 토론 동아리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2014년 결혼에 골인, 세 자녀를 얻게 됩니다.

로스쿨 졸업 후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밴스는 2016년 공화당의 ‘큰 손’이자 페이팔과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후원하는 벤처 기업 미스릴 캐피털로 옮깁니다. 그는 2017년 스티브 케이스가 후원하는 워싱턴의 레볼루션 LLC에 스타트업 전문 파트너로 합류하는데요, 2019년 다시 오하이오로 돌아와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 속 마법사 간달프가 착용한 반지에서 이름을 가져온 나르야 캐피탈을 설립합니다.

반(反) 트럼프에서 ‘마가’ 신봉자로

잘 나가는 벤처 투자자였던 밴스는 2021년 미국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2022년 5월 치열한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합니다. 틸은 밴스의 캠페인에 1500만 달러(약 208억원)를 기부했죠.

밴스는 한때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유명했습니다. 2016년 당시만 해도 밴스는 트럼프에 대해 “혐오스럽고 백인 노동자 계급을 매우 어두운 곳으로 이끌었다”면서 “절대 반대”를 외쳤습니다.

‘힐빌리의 노래’ 영화 포스터.
정계 진출을 모색하면서 밴스의 입장도 달라졌죠. 2020년 대선 당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말했고요, 2021년 상원의원 출마 뒤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과거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습니다. 이후 그는 이후 트럼프의 반(反)이민과 미국 우선(America First)주의, 고립주의 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적극적으로 주창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잠재적 상속자로 급부상했습니다.

밴스는 나이가 너무 젊어 보이지 않기 위해 2021년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는데요,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1880년 이래 최초로 구레나룻이 난 주요 정당 부통령 후보라고 합니다. 단정한 면모를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염에 대한 혐오감을 종종 드러냈는데요, 밴스에 대해선 “젊은 시절 에이브러햄 링컨을 닮았다”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상원의원이 된 그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전기차 판매 촉진 정책 등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환경 정책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낙태 문제는 주(州)의 결정에 따라야 하고, 강경 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등 밴스의 정책 입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견해를 함께 합니다.

그런가하면 그는 2023년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탈선 사고 이후 철도에 대한 강력한 안전 규정 모색을 위해 민주당과 협력하는 등 초당적 행보를 보였고요,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기업 반독점 행위 단속에 지지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흙수저’ 밴스, 경합주 유권자 표심 겨냥

여론조사에 따르면 초선 의원인 밴스는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불과 2년 전 상원의원이 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78세) 보다 거의 40년 어립니다.

하지만 밴스는 ‘금수저’ 트럼프 전 대통령과 180도 다른 ‘흙수저’의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죠. 오하이오주 공화당의 알렉스 트리안타필루 위원장은 “밴스는 과거 민주당원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노동 계층 유권자들을 겨낭한 선택”이라고 짚었습니다.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미국 중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인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 등의 유권자들의 표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트리안타필루 위원장은 “그는 문자 그대로 이 역사적인 순간에 대한 책(힐빌리의 노래)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캔자스의 로저 마샬 공화당 상원의원은 밴스에 대해 “떠오르는 슈퍼스타”라고 부르면서 “나이가 많은 정치인들과 달리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젊은 층과 교외에 거주하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보다 더 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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