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월북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질 기세다. 합참은 어제 “탈북민 김모씨가 강화도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표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하루 지나서야 현장에서 발견된 가방을 근거로 월북자의 신원을 특정한 것이다. 개성에 살던 김씨는 2017년 탈북할 때도 한강 하구를 7시간 동안 헤엄쳐 넘어왔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그제 “악성 비루스 감염 의심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악성 비루스’란 코로나19를 뜻한다. 통신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개성을 봉쇄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방역체계를 최대 비상단계로 이행했다고 전했다.
‘가급 보호대상‘인데다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출국도 금지된 김씨가 개구멍 드나들 듯 월북할 때까지 군과 경찰 등 관계당국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특히 김씨의 월북 하루 전 그의 지인들이 탈북 가능성을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며 묵살했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과 통일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건 국경 경비 태세다. 1년 전 북한 목선 삼척항 노크 귀순과 2달 전 중국인 태안 밀입국에 이어 ‘헤엄 월북’이 또 터졌으니 대한민국 국경이 뻥 뚫렸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삼척 사건 당시 국방장관이 대(對)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말짱 헛다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런 정부를 믿고 국민이 어떻게 발 뻗고 자겠는가.
이 기회에 휴전선 경비 태세를 일신하고 관계당국 간 유기적 공조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최근 부쩍 늘어난 군 기강해이 사고와 더불어 현 정부의 느슨한 안보의식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북한의 코로나 책임론 제기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몇 시간씩 헤엄쳐 바다를 건너는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개성 봉쇄 등의 호들갑을 떠는 배경에는 자칭 ‘코로나 청정국’을 주장하면서도 이미 만연한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남측에 뒤집어씌우려는 꿍꿍이가 깔렸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