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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여놓는 게 불편해서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마음의 위안을 받을 겸해서 해보려고요.” 양씨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전한 얘기다. 그는 90달러(약 9만7000원)짜리 나무를 샀다. 추가로 더 꾸밀 장식품 역시 살 계획이다.
매년 버몬트주에서 차로 6시간 떨어진 뉴욕주 맨해튼에 넘어와 1만5000그루 이상 나무를 파는 조지 내시씨. 그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요가 미친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며 “역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 미국 나무 판매량, 전년대비 29%↑
미국 내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면서 크리스마스트리가 때아닌 대목을 맞고 있다. 미국인의 정신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일종의 치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주별로는 더 큰 증가율 수치도 적지 않다. 에이미 스타트 미시간주 크리스마스트리협회 이사는 “미시간주 농부들은 나무 판매가 50% 이상 증가한 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인공나무업계 역시 초호황이다. 인공나무업체 발삼힐의 맥 하만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성공적인 해(banner year)”라고 했다. NYT는 “미국 전역의 크리스마스용 나무 재배 조합들에 따르면 소매상들이 나무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는 팬데믹 충격에 따른 미국의 우울감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내놓은 ‘미국인의 정신건강(Mental Health) 평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정신건강을 두고 ‘우수’ 혹은 ‘매우 우수’ 응답을 한 이들의 비중은 조사 대상의 76%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9%포인트 떨어졌다. 갤럽이 2001년부터 매년 조사를 한 이래 가장 낮다. 70%대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갤럽은 “정신건강 긍정 비율이 하락한 것은 팬데믹 영향을 받았다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5~19일 18세 이상 101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절정을 향해 가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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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문화의 중심인 뉴욕시가 식당 실내 영업을 금지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닷새 뒤 뉴욕시 입원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실내 영업을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 추운 겨울철 실내 장사를 막는 건 사실상 폐쇄 조치다. 당국에서 ‘집콕’을 강제하는 분위기인 셈이다. 연말 연휴 시즌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맨해튼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미국의 코로나 블루는 당분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01만9092명으로 나타났다. 3일 1400만명을 돌파한 이후 불과 닷새 만에 신규 감염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하루 20만명 이상씩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올해 추수감사절 때 수백만명이 이동한 여파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추수감사절로부터 2주일 반 이후 감염자 급증 영향이 표면화할 것”(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라는 우려가 크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때 할 행동이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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