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핵심 조건, SDV…전환기 ‘성큼’

이동에서 공간으로…미래차 화두 살펴보니
소프트웨어 맞춤형 설계…똑똑한 두뇌 싣고
유연한 SW 플랫폼 위에 특색 살린 OS 탑재
SDV 시장, 2028년부터 본격 꽃 피울 듯
  • 등록 2024-12-03 오전 6:00:00

    수정 2024-12-03 오전 6:00:00

13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획기적 전환기가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탈 것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상품으로, 인간의 이동 범위를 넓혀 준 고마운 동반자로 변화해 온 자동차는 바로 지금, 다시 한 번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내가 머물 수 있는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탈바꿈할 자동차의 미래는 어떻게 달성될까요?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맞이할 모빌리티의 미래를 알아봅니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프로)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최근 자동차는 매우 스마트해졌다. 차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실시간으로 경로를 파악해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준다. 차가 스스로 외부 기상 상태를 확인해 공조를 조절하거나 와이퍼 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켜면 도로에서는 차선을 감지해 안전하게 주행하도록 돕고, 주차 시에는 차량의 경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멀기만 하던 미래 자동차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로,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서 자율주행차로 자동차가 진화 중이다.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서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차량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다.

(사진=KPMG삼정경제연구원)
SDV는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 요소다. 자율주행은 기존 차량에 적용하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도화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된다. 더욱 안전하고 정확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하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 설계·제조 ‘새 시대’ 열린다

SDV는 개발 단계부터 기존의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차체(하드웨어)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SDV는 소프트웨어가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는 구조(아키텍처) 위에 고성능 하드웨어와 유연한 소프트웨어가 맞물리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소프트웨어가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에 최적화한 구조로 차를 만들고, 이 소프트웨어가 차체 전반을 통제하는 형태인 셈이다.

(사진=KPMG삼정경제연구원)
SDV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차세대 E/E 아키텍처’다. 차세대 E/E 아키텍처의 가장 큰 특징은 ‘통합’이다. 똑똑해진 자동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이 바로 전자장치(전장)다.

전장 부품은 센서와 전자제어장치(ECU), 액추에이터(제어기)로 구성된다. 센서가 운전자의 신호를 감지하면 ECU가 이를 처리해 제어기로 보내 작동하게 만드는 원리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자동 공조장치, ADAS뿐만 아니라 엔진 제어장치, ABS 브레이크, 헤드라이트까지 100여개의 전장 부품이 쓰이고 있다.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100개 넘는 부품을 통제하고, 성능을 고도화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가 바로 차세대 E/E 아키텍처다. 차세대 E/E 아키텍처는 수십~수백개로 쪼개져 있던 ECU를 기능과 물리적 위치 등을 고려해 3~4개로 통합한 것이다.

E/E 아키텍처에 쓰인 하나의 ECU는 자기가 담당하는 차량 부품을 책임지고 구동·제어하면 되니, 차량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동·제어할 수 있게 된다. ECU 개수가 줄어드니 차량의 반응도 더욱 빨라질 테고, 업데이트에 걸리는 시간도 훨씬 절약된다. 차량용 소프트웨어가 차체(하드웨어)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SDV의 장점, 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차량 성능을 제고하는 방식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해당 부품을 통제하는 ECU만 업데이트하면 되기 때문이다.

차세대 E/E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든 차체에는 SDV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플랫폼도 필요하다. 하드웨어 플랫폼은 쉽게 말하면 고성능 컴퓨팅(HPC) 프로세서, 즉 최첨단 반도체다. 소프트웨어가 잘 돌아가려면 당연히 고성능 칩이 필요하다. 특히 SDV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야 해 더 똑똑한 반도체가 필요하다.

유연하고 똑똑한 소프트웨어 갖춘 차의 등장

차량용 OS 구조. (사진=KPMG삼정경제연구원)
SDV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요소는 크게 ‘플랫폼’과 ‘운영체제(OS)’로 나뉜다. SDV에는 먼저 유연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위에 차량용 운영체제(OS)를 얹으면 SDV가 비로소 완성된다. OS는 SDV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고, 하드웨어가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각 하드웨어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 핵심 요소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OS와 유사하다. 안드로이드 또는 iOS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고, OS를 업데이트하면 휴대전화 성능도 높일 수 있다. SDV 역시 이런 원리로 움직인다. OS를 통해 수많은 기능을 활용하고, 자동차의 기능과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차량용 OS는 기능에 따라 나뉜다는 점이다. 크게는 ADAS와 자율주행을 관장하는 시스템 OS, 실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활용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OS, 공조·시트·통신장비 등 차량 전장 부품을 관장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OS로 분류할 수 있다. 차량 편의 기능부터 첨단 주행 기능까지 OS에 따라 SDV의 승패가 갈리는 셈이다.

고속 성장 SDV 시장…2028년 본격 꽃 핀다

현재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SDV는 바로 테슬라의 전기차들이다. 테슬라는 E/E 아키텍처부터 반도체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OS까지 통으로 개발하는 ‘풀스택(Full-stack)’ 방식을 통해 발 빠르게 SDV를 구현해냈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SDV의 초기 모델이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셈이다. 현재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도 SDV 시장에 뛰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차세대 SDV 전환을 예고하며 자체 OS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완성차 브랜드는 한국 현대차그룹, 독일 폭스바겐그룹, 메르세데스-벤츠, BMW,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토요타그룹과 혼다 등이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예고한 ‘SDV 전환 시점’은 오는 2026년이다. 다만 시장은 2026년부터 SDV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이르면 2028년부터 산업이 개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SDV 시장은 지난해 2709억달러(약 354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8년 4197억달러(약 5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현대차·기아 차량에 적용된 삼성 스마트싱스의 예상 이미지. (사진=현대차·기아)
글로벌 IT 거물인 구글, 애플, 아마존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 전문 기업까지 합세하고 있다. SDV 전환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ECU 등 차량용 전자장치와 차량용 반도체가 꼽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한 협력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각 브랜드만의 특색 있는 SDV를 만날 수 있는 길이 금세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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