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대체투자, 폭풍우가 밀려온다

  • 등록 2019-05-22 오전 6:00:00

    수정 2019-05-22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투자는 미래의 리스크를 투영한다. 시카고 학파의 창시자 프랭크 나이트는 리스크를 두 종류로 구분했다. 확률로 측정할 수 있는 명시적 리스크, 계량화할 수 없는 잠재적 리스크. 투자 성패는 그중에서도 잠재적 리스크인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불확실성의 어둠속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건 바로 매크로 흐름이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자산 관리에 경종을 울린다. 경제성장률 -0.3%(전분기 대비) ,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4분기(-3.3%)이후 근 10년만에 최저치다. 투자대상이 되는 자산의 실질가치는 하락하고 투자심리는 냉랭하다. 전통자산이든 대체자산이든 투자환경은 이미 금융위기 수준으로 뚝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자산버블은 경기사이클이 정점을 지난 하강국면에서 예외없이 터졌다. 2008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직전해인 2007년 표면화됐다. 당시 미국경제는 2004년 (3.8%) 고점을 찍은 후 2007년(1.9%)까지 3년 연속 내리막길을 타던 시점이다. IT 버블이 붕괴됐던 2001년에도 성장률은 1.0%. 클린턴 시절 골디락스(Goldilocks)를 질주하던 미국 경제는 끝물인 1999년(4.8%)이후 경기흐름이 꺾인 상태였다.

대체투자는 이미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국내 PE 대부분은 자금회수에 차질을 빚으며 엑시트를 못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시장은 버블논란이 한창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유럽을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간 제 살깎기식 과당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심상치 않은 매크로 환경이 버블 붕괴를 압박한다.

대부분의 대체투자는 블랙박스다. 모니터링과 평가가 어렵다. 자산을 장기 보유하는데 따르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 방식(유동성 프리미엄)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자산가치의 변동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블랙박스를 뜯어보기 전에는 (엑시트 전에는) 투자 성패를 결론낼 수 없다.

자산의 가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건 양면성을 지닌다. 주식 채권처럼 컴퓨터화면을 통해 정확히 체크할 수 없으니 변동성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반면 내재된 위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하다 한계에 직면하면 한 순간에 폭발할 수 있다. 대체투자는 전통투자에 비해 잠재적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돼 있는 셈이다.

경제가 순항할때는 블랙박스 속 자산가치는 옥석 구분 없이 동반상승하게 마련이다. 거시경제적 환경이 악화할때 버블붕괴라는 민낯이 드러난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경기순환상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한국경제는 이례적인 마이너스 성장으로 아예 침체국면에 빠질 태세다.

거품과 붕괴는 파도를 일으키며 반복된다. 위기 때마다 거품이 있고 거품은 반드시 붕괴되며 그 뒤에 남는 건 참혹한 폐허일 뿐이다. 위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는 이때, 불확실성의 관리, 거시경제적 위험관리가 절실해진다. 어쩌면 저 멀리 어딘가에서 폭풍우를 몰고 태풍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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