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1조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았던 효성화학 특수가스(NF3) 사업부 외부 매각 불발로 효성그룹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고심도 깊어졌다. 특수가스 사업의 실적과 전망을 고려해 계열사가 사들여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황이 다소 악화한 가운데 몸값이 만만치 않아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효성티앤씨는 효성화학의 NF3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특수가스 사업부에 대한 인수의향질의서를 수령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 효성화학 공장 전경.(사진=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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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티앤씨는 효성그룹 내 섬유와 무역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현재 중국 취저우 공장을 통해 NF3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증설을 통해 2021년 연간 1500톤(t) 규모였던 생산능력을 현재 3500t으로 확대해놨다. 효성화학의 NF3 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글로벌 생산능력은 SK스페셜티(1만3500톤)와 중국 페릭(9000톤), 효성화학(8000톤) 순으로 알려졌다.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NF3 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세계 2위 사업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다만 현재 업황이 다소 악화한 것은 걸림돌이다. 효성화학의 NF3 사업부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물량 조절로 NF3 사업의 실적도 악영향을 받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및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 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이 무산된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NF3는 반도체 웨이퍼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용이나 식각용으로 사용된다.
무엇보다 1조원 안팎의 몸값도 관건이다. 효성티앤씨의 올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99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당장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하려면 차입 확대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지난 22일 효성티앤씨 주가는 전날 대비 20.6% 하락했으며, 25일에는 4.45% 떨어진 20만4000원에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알짜 사업을 외부에 파느니 미래를 보고 계열사가 사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NF3가 알짜 사업인 만큼 업황 회복을 기다리며 계열사가 사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효성화학의 올 3분기 말 부채비율은 9779%로 차입금 상환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