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아이돌이 미연시 게임대상?”

앱 유니버스 내 '프라이빗 콜' 기능 논란
눈살 찌푸리게 하는 아이돌 '상품화’ 지적
아이돌 산업에 잘못된 소비 방식 심어줄 수 있어 문제
AI 기술 적용했다지만... 집착하는 남친 대사에 여성 '소름'
엔씨소프트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것"
  • 등록 2021-02-05 오전 12:10:28

    수정 2022-01-19 오후 3:14:16

최근 아이돌을 성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폐단 중 하나로 지적되는 딥페이크를 비롯해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까지. 최근엔 남자 아이돌의 음성을 짜깁기해 해당 아이돌이 신음 소리를 내는 것처럼 편집한 '섹테'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엔씨소프트가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유니버스 앱의 '프라이빗 콜' 기능도 아이돌 팬덤사이에서 논란이다.

알페스나 섹테 등이 일부 이용자들의 일탈행위로 인한 논란이었던 것과는 달리 산업자본이 아이돌 산업의 잘못된 소비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울러 AI의 시대착오적인 멘트까지 더해져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프라이빗 콜'은 사용자가 직접 말투와 애칭, 통화 상황 등을 선택할 수 있다.(사진=트위터 캡처)


'아이돌= 욕망의 대상'으로만 소비하게 만들어

'프라이빗 콜'은 아이돌의 목소리를 본떠 만든 AI가 팬들의 전화를 받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직접 아티스트의 말투나 통화 상황, 아티스트가 불러줄 애칭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가상의 상황 속에서 아티스트와 실제 통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서비스다. 엔씨소프트는 여기에 부재중 기능도 추가했다.

문제는 선택할 수 있는 상황 중 '썸'이 항목으로 있다는 것. 팬들은 이를 두고 아이돌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아이돌의 팬이라는 최지수(28·여)씨는 “(프라이빗 콜은)소비자가 테마를 고르고 낮춤말과 높임말도 설정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아이돌을 대상으로 원하는 욕망을 마음대로 충족시킬 수 있게 부추기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빗 콜이 실존 인물을 마치 ‘미연시’ 게임의 대상처럼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미연시 게임이란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의 줄임말로, 미소년 캐릭터를 연애 대상으로 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뜻하는 장르명이다.

그는 일부 팬들의 잘못된 소비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최씨는 “이미 아이돌에게 선물이나 앨범 등으로 돈을 많이 썼다고 본인이 원하는 행동을 과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돌에게 순종적인 모습이나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문제도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에서도 최씨의 의견에 공감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대체 내가 아이돌이랑 썸을 왜 타야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돌들은 본인이 하고싶은 음악, 무대들을 통해 팬들과 유대감을 쌓으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그것.

'프라이빗 콜'에 대한 팬들의 반응.(사진=트위터 캡처)


"나 기다리는 거 싫어하니까 그러지 마"...시대착오적 대사

팬들이 가장 크게 거론하는 문제점은 AI의 멘트다.

남자 아이돌의 경우 “어디에 살아?” “내 전화 안 받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왜 내 전화 안 받았던 거야? 나 그런거 싫어하니까 다음부턴 조심해줘” 등 시대착오적인 멘트를 일삼는다.

이모(20대 후반·여)씨는 “집착과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가미된 발언들”이라며 “가스라이팅과 맨스플레인에 노출되어온 여성들에게는 무섭고 소름 돋는 멘트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팬들은 살아움직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데 감정도 없는 AI 목소리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팬들은 '프라이빗 콜'의 구시대적인 AI멘트를 비판하고 있다.(사진=트위터 캡처)


이밖에도 팬들은 아이돌의 목소리를 이용해 음란물을 제작 및 유포하는 딥보이스 범죄가 연상된다며 해당 목소리 파일이 악용될 경우도 우려했다.

이같은 논란에 유니버스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씨소프트는 '썸'이라는 항목을 서비스에서 제외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지속 보완하면서 팬과 아티스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팬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단어는 금지시켰다"며 "설정한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되는거라 악용될 여지는 낮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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