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역풍]“획일적 규제 안돼…무주택자 한도 늘려야”

주택 가격 대비 대출 한도 적어
현금부자에만 내집 마련 기회
  • 등록 2020-06-03 오전 5:46:00

    수정 2020-06-03 오전 5:46:0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황현규 기자] 정부의 획일적인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데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무주택 대출 한도 확대 등 보다 세밀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이 꼽혔다. 앞서 지난달 부동산정보 플랫폼 직방이 앱 이용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49.4%)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는 기본적으로 금융의 건전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그러나 현재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다 보니 자산이 적은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에 따른 대출규제보다 주택 수에 따라 차등을 둬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LTV와 DTI가 각각 50%로 제한된다. 이중 LTV는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시가 9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LTV 50%를 적용하지만,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는 30%만 적용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대출 문턱이 더 높다. LTV·DTI 모두 40%가 적용되지만 이 역시 주택가격 구간별로 LTV는 차등적용한다.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LTV 40%가 적용되지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가 적용된다. 특히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이 아예 막힌다. 즉 빚내서 집을 사지 못하는 구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요지의 웬만한 30평형대 아파트는 9억원”이라며 “만약 서울에서 9억원 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한 6억원 정도는 모아둔 돈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매 중위가격은 9억2013만원이다. 중위매매가격은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이다. 전체 주택의 정중앙 가격만 따지기에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데 적합한 지표 중 하나다.

심 교수는 “최근 당첨만 되면 10억원 가량 시세 차익이 날 것으로 보고 청약자들이 26만여명이나 몰렸던 서울의 한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서도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는 대출 규제의 한 단면으로, 결국 부자나 현금 동원력이 있는 투자자들만 내집 마련 기회를 주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주택 구입 단계예 있는 세대는 상대적으로 모아둔 돈이 적은 만큼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대출 한도의 차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받을 때는 한도를 높여주는 방식이 도입된다면 주거 안정성도 보장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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