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기 안산시에서 수영장 에어돔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안산에서만 벌써 두 번째다. 에어돔은 비건축물로 폭설, 태풍 등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2010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시는 자동으로 눈을 녹이는 ‘융설장치’ 없이 공사를 진행해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안산 호수공원 생존누리 수영장 붕괴 전·후 모습. (사진 = 안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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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10시40분께 폭설로 안산 사동 호수공원 생존누리 실내수영장의 에어돔 막재(PVF 소재 천)가 2m 정도 찢어지며 무너졌다. 당시 눈은 30㎝ 정도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하지 않고 에어돔에 공기만 주입한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안산시는 윤화섭 시장 때인 2021년 9월 수영장 에어돔 공사를 착공했고 올 6월 준공했다. 이어 내부 마감 등 보완공사를 한 뒤 이르면 이달 중 개장하려고 했다. 준공 직후 개장했으면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을 뻔했다. 이곳은 생존수영 체험을 위해 조성한 것인데 생명을 위협하는 곳이 됐다.
에어돔은 반구 형태로 눈이 많이 내리면 쌓이고 흘러내리면서 막재가 찢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문제로 시공업체인 A사는 공사 전 융설장치(비용 1억여원)를 설치해야 한다고 안산시에 제안했다. 하지만 시는 A사와 계약협상을 하면서 융설장치 제외를 결정했다. 융설장치는 눈이 내릴 때 에어돔 밖에서 막재 위로 소금물(염수)을 뿌려 눈을 녹이는 장치이다.
시 관계자는 “구조기술사사무소인 B사의 검토의견을 토대로 융설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해당 검토의견서는 오래전에 받은 것이어서 안산시가 의뢰했던 것인지, 어떤 업체가 제시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사는 “할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B사 검토의견서에는 에어돔 운영을 개시하면 실내 온도가 올라가 눈이 에어돔 아래로 미끄러질 수 있어 융설장치가 없어도 안정적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시는 설명했다. 안산시는 검토의견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반영해 융설장치 없이 에어돔을 건립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이번 사고를 자연재난이 아니라 인재(人災)이고 안산시 책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안산 생존누리 실내수영장 에어돔 붕괴 전 내부 모습. (사진 = 안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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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어돔 붕괴는 안산에서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월에는 안산 사동 한국농어촌연구원 연구동 에어돔이 폭설에 무너져 연구원 1명이 다쳤다. 같은 해 8월에는 전남 강진 에어돔 야구연습장이 태풍에 무너졌다. 2012년에는 충북 제천, 충주 에어돔 폐기물매립장 2곳이 붕괴했다. 업계에서는 안전문제로 에어돔 설치를 기피하는데 안산시가 공공체육시설에 설치한 것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생존누리 실내수영장은 기존 호수공원 야외수영장 일부 공간인 8143㎡에 에어돔을 설치한 것이다. 에어돔 설치비 65억원과 관리동 건축비를 포함해 전체 206억원이 투입됐다. 에어돔 유지를 위해서는 매달 600만원의 전기료가 들어간다. 안산시는 경기도에 자연재난기금 12억원을 신청해 보수할 예정이지만 붕괴 위험은 여전하다.
4·16안산시민연대는 “세월호참사 피해 지역인 안산에서 또다시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며 “에어돔 융설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안산시의 안이한 인식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최진호 안산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고 주장했다. 안산시 측은 “융설장치를 설치했어도 에어돔 붕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폭설로 인한 자연재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에어돔 설치를 결정한 배경은 오래전이라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