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금융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금융이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집권세력의 관심 밖에 있다는 얘기다.이미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감지됐다. 청와대 비서실 직제개편에서 선임 비서관인 경제금융비서관 직함에 ‘금융’이 슬그머니 빠졌다. 김동연 부총리,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명박정부시절 거쳐간 바로 그 자리다. 경제팀 주요 라인에는 경제기획원(EPB)출신들이 득세한다. 정권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엔 여당 전·현직 의원들과 이재명 캠프에서 활약하던 비주류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재무관료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여기에 금융정책은 반쪽짜리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그 어떤 비전도 청사진도 없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밑그림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엔 경제민주화의 금융판 버전, 금융민주화가 차지하고 있다. 금융은 영세자영업, 중소기업 등 힘 없고 약한 계층을 지원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혁신 육성 성장 발전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통제 탕감 감면 보호의 구호만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노무현정부 동북아금융허브론, 이명박정부 메가뱅크론, 박근혜정부 핀테크 육성론 …. 방법론은 달랐고 성과도 미흡했지만 이전 정부에선 그래도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였다.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부문의 괄시를 토로하는 유사 레퍼터리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정부는 도가 심하다.
반백년전 최빈국 시절 형성됐던 관치금융의 논리가 선진국 문턱에선 지금까지 횡행하고 있다. 금융은 실물부문을 지원하는 수단이지만 거꾸로 그 자체 육성해야 할 산업. 1980년대초 자율 민영 개방의 물결을 타고 산업으로의 면모를 갖춘데 이어 1990년대말 외환위기 직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독자 산업의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타율적 관치에서 자율적 경쟁으로 전환되는 도도한 흐름. 그러나 이 정부에선 유독 금융이 전진이 아닌 퇴행의 길로 접어드는 건 아닌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