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년 뒤 석탄발전 종료 지지율 91%의 의미

  • 등록 2020-09-08 오전 6:00:00

    수정 2020-09-08 오전 7:51:35

국민 대다수가 10년 뒤 석탄발전 종료를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하순 전국 16~69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91%가 “2030년까지는 석탄발전을 종료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에너지 생산의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은 것은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그 지지율이 9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와 이례적으로 긴 장마를 겪은 국민이 기후변화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계기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올 여름 폭우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에도 67%가 동의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박쥐 등 바이러스 매개체의 식생 균형이 교란되고 이로 인해 늘어나는 동물 이종 간 감염이 인류를 코로나 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한다는 과학계의 가설을 국민 다수가 믿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가 던지는 신호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해 놓았지만 그동안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후분석 전문 국제단체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매우 불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로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지만 국내 관련 산업계의 고충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가 국민의 합리적 판단과 지지를 믿고 이 분야의 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밀고나갈 수 있음을 말해준다.

마침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달 초 ‘해외 석탄발전 금지법’ 입법을 주도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자신의 공관에서 만나 두산중공업 등의 화력발전 플랜트 수출에 지장이 되는 탈석탄 입법의 속도 조절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들이 “그런 부탁은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석연치 않다. 정부가 탈석탄 정책에 대한 엉거주춤한 태도를 버려야 할 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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