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주역 커틀러 “트럼프 관세 심각히 받아들여야…6개월내 결론”

[인터뷰]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
"6개월 기간 주고 협상 안하면 관세 발효"
"USMCA개정이 우선순위…멕시코 타겟"
"중국 최소 60%p 관세 인상…무역전쟁 불가피"
“韓무역적자 해소 고민해야…美에서 중간재 조달 필요”
  • 등록 2024-11-07 오전 5:00:00

    수정 2024-11-07 오전 5:00:0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통상문제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미국의 무역파트너 국가들은 트럼프가 공약한 10~20%의 보편적 관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관세율이 어떤 시간표에 따라 시행되는지, 파트너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것이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 협상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트럼프가 1기 행정부 시절 미국 무역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그가 관세인상과 무역에 더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6개월 기간 주고 협상타결, 효과 없으면 관세 부과”

커틀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부과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트럼프는 6개월의 기간을 주고 ‘미국과 협상하거나 아니면 이 관세가 특정 시점에 발효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관세부과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협상이 만족스럽게 완료되면 특정 국가에는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무역적자 규모와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1974년에 마련된 무역법 제122조 등 법률에 따라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커틀러는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 같은 법률에 의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틀러는 “트럼프는 IEEPA에 근거해 충분한 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물론 의심할 여지 없이 이 방안은 법원에서 도전을 받겠지만, 그 과정은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커틀러는 트럼프가 관세를 지렛대로 활용해 양자 및 다자 무역협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트럼프 1기 당시 맺었던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은 6년마다 협정 이행사항을 검토하게 돼 있는데, 2026년에 첫 시점이 도래한다. 앞으로 미국은 USMCA 개정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게 커틀러의 예상이다. 그녀는 “멕시코는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제조 제품의 원산지 규정을 어떻게 강화할지, USMCA 노동 조항이 충분한지 등 재협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틀러는 트럼프가 한미FTA를 재개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그녀는 “한미FTA는 여러 측면에서 낡은 협정”이라며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발전과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포함한 경제 안보 문제 등 무역 및 투자 환경이 변화한 분야에서 차분히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예고하며 최소 60% 포인트의 관세 인상을 공약하고 있다. 커틀러는 이와 관련 “중국에 대한 관세는 현재 25~30%인 경우가 많은데 트럼프가 중국 관세를 60%포인트 늘리면 관세가 약 100%까지 올라가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녀는 “중국이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넘어 중요한 광물 수출 등을 보류하는 등 미국에 타격을 주고, 적어도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관세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특파원이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무역적자 해소 고민해야..美기업들로부터 더 많이 조달”

커틀러는 트럼프의 사실상 재선 승리로, 한국은 대미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중국, USMCA, 유럽연합,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지만 최근 3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증가율은 연평균 27.5%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면서 중간재 수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커틀러는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상품을) 사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로부터 더 많이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양국 간 무역적자를 줄이고 잠재적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커틀러는 “트럼프의 무역 및 관세에 대한 발언과 제안은 다양하지만, 그가 새 임기 초기에 관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무역 파트너 국가들도 모든 종류의 변화에 대비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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