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대선 레이스전부터 사실상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다. 3사 모두 대선 이후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릴 필요도 없이 미리 준비 작업을 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혜택(AMPC·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 폐지에 무게를 두면서 배터리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업계 한 인사는 “연간 수조 단위에 달하는 AMPC 혜택을 전제로 미국 현지 투자를 벌여 왔는데, 이 혜택이 폐지되면 사업계획을 완전 백지화해야 한다”고 했다. 배터리 3사의 미 현지생산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2026년부터 연간 AMPC 혜택은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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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현재 AMPC 혜택을 제외하면 적자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최근 공격 투자로 늘어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부가 친환경 투자와 관련해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철강업계의 탈(脫)중국 러시도 트럼프 쇼크와 관련이 있다. 올해 6월 충칭 법인에 이어 최근 베이징 법인까지 철수 작업을 끝낸 현대제철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중국 법인 매각에 나서며 해외 거점 재편에 나섰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들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해 ESG 경영 기조가 약화하면서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rPET(재생 PET) 사업 투자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재무 위기가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만큼 미래 성장 투자는 전면 보류한 상태”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는 ‘트럼프 접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다음달 둘째주 초 워싱턴DC에서 한미재계회의를 연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해외대관 담당 최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2기 실력자들과 접점을 늘리며 정보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