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회생방안을 내놓은 금융당국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수주전망에 대한 안일한 상황인식, 추가 자금 투입 약속 번복, 그에 따른 밑빠진 독 물붓기식 자금 지원, 대마불사론에 따른 모럴해저드 유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시될 수 있는 각종 비판들이 거세게 몰아친다.
눈여겨 볼 대목은 전쟁터의 한복판에 유독 금융위원장 임종룡만 보인다는 점이다. 직접 구조조정의 플랜을 짜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까지 1인3역이다. 국정공백으로 마비된 청와대의 정책조율기능을 기대하기는 무리. 하지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부총리도, 구조조정의 한 축을 책임져야 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모두 한발 뒤로 물러선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모습.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는 오작동이다.
경제 전반의 부실과 전면전을 벌였던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 상황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정치 경제적 상황, 금융산업의 발전 정도가 다르고 구조조정의 범위와 규모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금 정치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빈약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의사결정 단계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조화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할 경제팀이 불협화음을 내며 힘이 분산되고 있는 모습은 유감이다.
구조조정은 설득의 과정이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손실분담, 대규모 구제금융 모두 무능과 부정에 대한 보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라는 ‘혜택’이 추가 지원이라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납세자에게 납득시키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임종룡은 이번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관료생활) 마지막 졸업작품이라고 했다. 변양호 신드롬이 팽배한 현실에서 보신과 안일의 울타리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관료가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경제라인 전체의 힘이 하나로 결집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나홀로 구조조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구조조정의 성공 그 밑바탕에는 공조의 미학이 작용하는 법. 지금 같은 모래성체제로는 구조조정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헤치길 기대하는건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