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오늘로 끝난다. 검찰은 동의안 처리를 기다렸으나 불발되자 어제 정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 한 번 없이 재판에 넘겼다. 체포동의안을 접수하고도 이를 무산시킨 여당은 그동안의 정치개혁 구호가 헛된 것임을 자인한 셈이 됐다.
정의원은 시효 만료 하루 전인 어제 국회 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시효 만료전이라도 자진 출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며 출두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루 이틀전에도 언론의 취재가 이어지자 외부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자진 출두하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검찰 조사를 피하는 인상을 준 데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이나 소극적 입장으로만 일관했다. 애초부터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검토도 안한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자진 출두해 성실히 조사받고 소명하길 바란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했을 뿐이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이상직· 김홍걸의원 등과 달리 당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회기 동안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다. 행정부의 부당한 권력남용 등으로부터 국민의 대의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군사독재 시대 등 권위주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오히려 의회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민주화된 시대다. 시대 변화를 거스르는 불체포 특권의 남용은 정치 불신을 자초할 뿐이다. 이번 사안은 국민 앞에 겸손하겠다는 다짐이 민주당과 소속 의원들의 뇌리에서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증표임을 실감케 한다.
검찰은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때 정 의원에게 선거법위반 혐의 이외에도 정치자금법과 개인정보호법 위반혐의도 적용했다. 이 혐의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남은 혐의와 관련한 동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있다. 과반수를 앞세운 민주당이 또 다시 제 식구 감싸기를 연출한다면 더 이상 정치개혁을 논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