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미국 대선의 승자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등록 2020-10-30 오전 5:00:00

    수정 2020-10-30 오전 5:00:00

미국 대선이 그야말로 코앞이다.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의 지지자들 간에 육탄전까지 벌어지고 사전 투표 열기가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과거 미국에서 볼 수 없었던 진영 간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대선의 승자는 과연 누가될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2016년 대선과 이번 대선을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대선을 2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전국 단위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평균 8.9%p. 정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2주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당시 클린턴 후보가 전국 단위에서 트럼프 후보를 평균적으로 5.1%p. 정도 앞서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바이든과 트럼프의 격차가, 과거 2016년 클린턴과 트럼프의 격차보다는 확실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올해 7월과 8월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코로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가 이번 미국 대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이라고 조사된 여론조사는 많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미국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응답자(35%)가 이번 대선에서 코로나 19 대응 문제가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응답했고, 그 다음 중요한 사안으로는 정부의 리더십(22%)을 꼽았다. 경제 문제는 3위(12%)에 그쳤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만을 보더라도, 트럼프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대선을 치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잘못됐다는 여론은 높은 반면, 경제 관련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WSJ과 NBC 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4%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대응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19가 대선 판을 흔들지만 않았어도 트럼프의 입지는 지금처럼 불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어쨌든,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 상당수는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수, 즉 270석 이상을 “무난히”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 경합주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거인단 20명 확보가 걸려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경우, 10월 20일 현재 바이든이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약간은 좁혀지는 추세(바이든 지지 48.8% 트럼프 지지 45%)이고, 선거인단 10명이 걸려있는 위스콘신의 경우도 미약하지만, 양자 간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는 트럼프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주라고 할 수 있다. 선거인단 수가 무려 29명인 플로리다는 여론조사 상으로 트럼프가 마침내 바이든을 제쳤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막판 지지율을 역전 시킨 곳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보면, 바이든의 승리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사전투표에서 우편투표보다 직접 투표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미 7,000만 명 이상이 사전 투표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록 경합주에서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바이든에게 불리하기만한 상황이라고도 말하기 어렵다. 사전 투표를 한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바이든 지지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만 보면, 바이든이 우세하지만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어게인 2016”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어게인 2016”이 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한방이 필요한데, 지난 22일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도 트럼프는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게인 2016”을 기대하기란 무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가 지미 카터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정도라고 할 때,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번 미국 대선은 막판까지 안개속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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