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엔 야권에는 호재다. 차기 수권 정당이 되려는 국민의힘에겐 인물난을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 중 하나다. 실세 정권에 칼날을 겨눈 나머지 정권 탄압을 받는 모양새의 윤 총장은 ‘야권 영웅’으로도 묘사된다. 그런 점에서 윤 총장은 떠오르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차마 웃을 수가 없다. 윤 총장은 엄밀히 말해 장외 인물이다. 정작 윤 총장이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나아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에 나가겠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총장을 야당의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으로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권 주자도 아닌 윤 총장이 집권 여당에 맞설 대항마로 주목을 받는다는 건, 반대로 기존 당권 주자들이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미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권 출마를 선언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유력 주자들도 출사표를 준비 중이다. 다만 아직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지율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카드에 당의 운명을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무작정 외부 인사를 내세우기보단, 당권 내에서 후보를 발굴해 키우려는 노력이 먼저다. 그것은 당이 자정 작용을 통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