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총리 사임…獨·佛 등 유럽 정치 불확실성 확대

연정 구성 협상 결렬에 사의 표명
정당 간 이념 차이 극복 못한 듯
FT "경제 침체 위기서 불확실성 심화"
  • 등록 2025-01-05 오전 11:06:45

    수정 2025-01-05 오전 11:06:4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4일(현지시간) 사의를 밝혔다. 국민당과 사회민주당의 연정 구성 협상이 이날 결렬됐기 때문이다.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사진=AFP)
이날 네함머 총리는 성명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오늘 협상은 결렬됐고 국민당은 협상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총리직과 국민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함머 총리는 “사민당의 ‘파괴적인 세력’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면서 “국민당은 사민당이 제안한 경제 정책에 서명할 의사가 없다”고 부연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반이민과 친러시아 등 극우 성향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다. 자유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고 주요 정당들은 자유당과의 협력을 거부했다. 그 결과 중도 보수 서향의 국민당과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 진보 성향의 네오스 등이 연정을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네오스가 오스트리아의 차기 연정 구성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다음날 국민당과 사민당의 협상도 결렬됐다. 정당 간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사민당의 안드레아스 바블러 당대표는 “국민당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오스트리아를 위해 좋은 결정이 아니며 사민당은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스트리아 경제가 3년 연속 침체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오스트리아의 경제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는 짚었다.

네함머 총리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다수당인 자유당이 연정을 구성하거나 조기 총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유당의 지지율은 국민당과 사민당을 크게 웃돌아 지난 9월 총선 당시보다 자유당에 더 큰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자유당은 자유당을 배제한 세 정당의 연정 시도를 최근 붕괴한 독일의 ‘신호등 연정’에 비유하며 줄곧 비판했다.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당대표는 이번에도 성명을 통해 “그들은 실패했다”면서 “차기 정부 구성을 감독한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이번 혼란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약 3개월 만에 연정 협상이 결렬된 것은 유럽 국가들에서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평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초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가결로 미셸 바르니에 총리 내각이 해산됐으며,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무너지면서 내달 23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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