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고금리 상황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의 여전히 지갑을 활짝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에 보다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화되고 있다.
| 뉴욕시 첼시의 한 상점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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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한 796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0.3%)를 훨씬 웃돈 수치다. 전년대비로는 4.0% 늘어났다. 2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기존 0.6%에서 0.9%로 상향 조정되는 등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유가 상승으로 주유소 매출이 전월 대비 2.1% 증가하면서 전체 소매 판매 수치를 끌어올렸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온라인 판매로 2.7%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미국의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미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당분간 미국 경제는 호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치는 미국의 침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더 키웠다. 실제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 전망치를 2.4%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GDP 나우는 대표적인 경제 예상 모델로 새로운 지표가 나올 때마다 수정한다. GDP 나우는 애틀랜타 연은의 공식 전망치는 아니지만, 추후 경기 경로를 참고하는데 많이 쓰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미국 제프리 파이낸셜의 톰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소매 판매 수치가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GDP전망치를 상향 조정할수밖에 없다”며 “1분기 GDP성장률이 3%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고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미국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헌터는 “최근 탄탄한 고용 시장과 함께 소비의 지속적인 회복세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더 오래 기다릴 것”이라며 “금리인하는 9월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올해 6~7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은 이제 연준이 1~2차례 금리 인하만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22.4%에 불과하다. 7월 금리인하 확률은 51.3%, 9월 가능성은 73.7% 수준이다.
소매판매 지표 발표 후 국채금리는 급등했고, 달러가치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5개월래 최고치인 4.63%까지 올라섰고, 2년물 국채금리도 4.94%에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6선을 넘어섰고, 달러·엔 환율은 154엔을 돌파하며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