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가장 충격적인 건 트럼프 사건에서 대법원이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설립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더 이상 법에 구속되지 않고, 권력 남용에 대한 제한은 대통령 스스로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관점이자 위험한 원칙이며, 이런 극단적인 결정에 더해 대법원은 윤리 위기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소 사건과 관련해 재임 중 행위에 대한 면책을 인정하자 사법개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1일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찬성으로 전직 대통령의 재직 중 공식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지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1·6 의회 폭동’ 선동 등 혐의가 공식 행위인지 비공식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하급심에 넘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및 재판 일부는 대부분 대선 이후로 미뤄졌고,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백악관은 “주요 입헌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대법관에게 종신직을 주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며 “임기 제한은 대법원 구성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변화하도록 보장하고, 대법관 지명 시기를 더 예측 가능하고 덜 자의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법관 임기 제한이 도입되면 당장 클래런스 토머스(33년 재직), 존 로버츠(19년), 새뮤얼 얼리토(18년) 등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교체 대상이 된다.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종신직인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정부 때 3명의 대법관이 임명된 것을 계기로 현 대법원은 보수 성향이 6명으로 진보 성향(3명)보다 많은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보수 성향 대법관 가운데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2020년 대선 결과 부정을 상징하는 이른바 ‘거꾸로 성조기’가 집에 게양돼 관련 사건의 기피 요구를 진보진영으로부터 받았다. 토마스 대법관이 텍사스 부동산 재벌로부터 협찬을 받아 인도네시아에서 50만달러(약 6억원) 상당의 호화 요트 여행을 즐긴 정황이 폭로됐고, 얼리토 대법관도 2008년 알래스카로 낚시 여행을 떠날 당시 헤지펀드 창립자의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편, 미국의 개헌은 상·하원에서 각 3분의 2 이상 찬성 등의 개헌안 발의, 4분의 3 이상의 주(州)에서 비준 등의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개헌이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의회에 도착하자마자 죽을 위험한 도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의 대법원 압박은 민주당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고 대법원의 향후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