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계엄·탄핵 속에 K라면도 주춤…"25% 매출 줄었어요"

농심 명동 '너구리 라먼가게' 16일 찾았는데 한산
40평 50개 좌석에 외국인 손님 2팀 5명뿐
'베스트 라면' 코너에도 줄 없어…"하루 70~80명↓"
싱가포르인 "계엄 해제 안됐다면 안왔을 것"
CU 홍대상상마당점도 오후2시 9개 식탁중 2팀뿐
  • 등록 2024-12-18 오전 6:42:39

    수정 2024-12-18 오전 6:42:39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25% 정도 줄었어요.”

16일 오전 11시쯤 방문한 서울 명동에 있는 농심(004370)의 라면 체험 매장 ‘너구리 라면가게’는 한산했다. 전체 132㎡(40평) 규모 매장에 총 50개 정도의 좌석이 있었지만, 외국인 손님은 2팀 총 5명에 불과했다. 내국인이 1~2명 더 있었지만 ‘신라면’부터 ‘순하군 안성탕면’, ‘너구리’, ‘사리곰탕’, ‘안성탕면’ 등 농심의 대표 라면이 진열된 6층 진열대의 ‘베스트 라면’ 코너에도 대기줄은 없었다.

16일 오전 방문한 농심 명동 라면 체험 매장 ‘너구리의 라면가게’ (사진=노희준 기자)
농심은 지난 7월 초 호텔 체인 스카이파크 그룹과 손잡고 ‘호텔스카이파크 명동 3호점’에서 농심 라면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너구리의 라면가게’를 열었다. 매장은 방문객이 원하는 라면과 토핑을 선택하면 직원이 즉석조리기로 조리해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너구리 라면가게 관리자 50대 정모씨는 “통상 하루 방문객이 300명 정도인데 평일 기준 70~80명이 줄었다”며 “12월이 호텔 비수기이고 겨울철 날씨 영향도 있지만, 계엄 이후 방문객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너구리 라면가게는 호텔스카이파크 명동 3호점 1층에 있어 호텔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갱객이 많이 찾는다.

싱가포르에서 가족과 함께 전날 관광차 입국한 핸니 스완지(45·여)는 “계엄이 해제된 이후 한국에 왔다”며 “계엄 상태였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10대 자녀 2명과 함께 K라면을 먹었다.

16일 오전 방문한 농심 명동 라면 체험 매장 ‘너구리의 라면가게’ (사진=노희준 기자)
명동 너구리 라면가게는 통상 점심과 밤 10~12시에 손님이 많다. 점심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 손님이, 저녁 시간 때는 명동 주변 노점상이 문을 닫은 뒤 야식을 먹으려는 손님이 많이 찾는다는 설명이다. 점심때는 통상 60~70명이 찾는다. 매장은 매일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하며, 연중 쉬는 날이 없다.

매장을 찾은 외국인은 줄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방한한 외국인은 계엄 및 탄핵 사태에 크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지난주 13일(금)에 한국에 왔다는 중국인 커플은 “부모님이 한국에 가는 것을 걱정했지만, 시위나 집회가 없는 곳에 간다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인 이들은 라면을 좋아하는 데다 명동역 근처에 매장이 있어 출발하기 전에 들렀다고 했다.

홍대 주변의 라면 특화 매장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2시 이후 찾은 서울 마포구의 CU 홍대상상마당점에서도 라면을 먹는 외국인은 매장 전체 9개 식탁 중 2팀(총5명)뿐이었다. 식탁 2곳은 한국인이 라면을 즐기고 있었다.

16일 오후 2시 이후 찾은 K라면 특화 편의점 CU 홍대상상마당점 (사진=노희준 기자)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12월 이곳에 ‘K라면 특화 편의점’을 열었다. 이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소개되면서 외국인의 필수 관광 코스 하나로 떠오른 곳이다. CU 홍대상상마당점 30대 점장은 다만 현장 분위기와 다르게 “계엄 선포 이후에도 매출은 평상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매출이나 방문객 수는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고 확인을 거부했다. 김씨는 오전 8~9시, 저녁 6시 등 식사시간 때 매장 방문객이 많다고 전했다.

홍콩에서 친구 2명과 전날 한국에 입국해 CU 매장을 찾은 라첼(24·여)은 “계엄에 대해 들었지만, 바로 해제된 것을 알고 와서 무섭지는 않았다”면서 “라면을 좋아하고 워낙 SNS에서 유명한 곳이라 들렀다”고 했다. 라첼과 친구 2명은 이날 신라면툼바와 짜왕을 먹었다. CU 매장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인 셀레스(33·여)는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어 한국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고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한편 계엄 사태 전까지 K라면 해외 수출길은 탄탄대로였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라면 수출액은 올해 1~11월까지 11억3820만달러(1조636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9%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다만 업계에선 계엄사태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K라면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오후 2시 이후 찾은 K라면 특화 편의점 CU 홍대상상마당점 (사진=노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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