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어려운 뇌부종 환자 체온 조절로 살렸다[뇌졸중 극복하기]

[45편]
체온 1도 감소 시 뇌 대사 6% 감소
체온만 조절해도 중증 치료 효과적
뇌졸중 초기 골든타임 내 병원 가야
  • 등록 2024-07-13 오후 1:33:36

    수정 2024-07-13 오후 1:33:36

서울대 의대 학사, 석·박사를 거친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뇌졸중학회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뇌졸중 극복하기’ 연재 통해 뇌졸중이 치료 가능한 질환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 박영수씨(79)는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팔다리 마비로 움직일 수 없었다. 양쪽 눈은 오른쪽으로 쏠렸다. 급하게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입원 하루만에 의식이 저하됐다. 박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뇌압 상승 합병증 위험까지

검사 결과 박씨에게는 우측 대뇌동맥 영역 뇌경색과 우측 중대뇌동맥 폐색이 발견됐다. 그는 전날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수면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뇌경색 병변이 진행했고 동맥내혈전제거술도 시행하지 못했다.

박씨는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입원한 이후에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 큰 뇌경색 병변으로 뇌부종 진행 및 두개 내 압력, 즉 뇌압 상승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한 것이다. 입원 하루 만에 의식 저하도 발생했다. 즉시 시행한 뇌CT 상 뇌부종이 진행해 정상 뇌조직이 눌리고 있었다.

박씨는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뇌부종 및 뇌압 상승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뇌압상승과 뇌부종이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의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데 뇌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치료는 감압 반두개골절제와 같은 수술적인 치료다. 이러한 치료에 대해서 가족들과 상의했으나 가족들은 그가 고령이며, 평소 심부전, 심방세동, 만성신부전 등의 기저질환이 많았기에 수술로 인한 부작용과 평소 그의 연명치료에 대한 생각을 고려했을 때 수술적인 치료는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물로 만으로는 뇌부종의 진행을 치료하기 어려웠기에 가족과 상의 끝에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기로 했다.

저체온 치료는

(이미지=Taccone, FS, Picetti, E. & Vincent, JL. 심장마비 후 고품질 목표 온도 관리(TTM). Crit Care 24 , 6(2020))
저체온 치료는 목표체온유지치료(targeted temperature management, TTM)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환자의 체온 특히 심부 체온을 정상 (36.5~37도) 보다 낮은 체온 (33~35.5도)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치료다. 치료를 위해 목표가 되는 체온은 환자의 중증도와 질환에 따라 다르다. 치료를 시작하면 식도 혹은 폴리도뇨관을 이용해 심부체온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면서 패드(상·하체)를 적용하거나 대퇴정맥에 관을 넣어 차가운 물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한다. 이 중 패드가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더 많이 이용된다.

저체온 치료의 효과는 심정지 환자의 뇌손상과 신생아 저산소 허혈뇌손상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뇌신경 보호효과를 보여 예후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보고됐다. 저체온 치료로 체온을 낮추면 전신대사와 함께 뇌대사가 감소하고 (체온 1도 감소시 뇌대사 6% 감소), 신경보호효과, 혈액뇌장벽보호 등에서 효과가 있으며, 치료하는 동안 뇌혈류를 감소시켜 뇌압을 감소시키고 신경보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뇌졸중 환자의 뇌압과 뇌부종 조절에도 적용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들에서 알려진 효과와 비교해 뇌졸중에서의 저체온 치료 효과는 여러 임상 연구에서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심정지 환자들과 뇌졸중 환자들의 저체온 치료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정지 환자들은 자발순환 회복 후 재관류에 의한 뇌손상을 보호해야 하므로 24시간(최대 72시간) 동안 33도 혹은 36도 치료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되지만, 뇌졸중 환자의 경우 환자에 따라 목표로 하는 체온이 다르게 결정된다. 뇌부종의 진행 정도, 출혈 부작용, 병변의 크기에 따라 치료기간이 천차만별이다. 보통 1~2주 정도의 치료기간을 생각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1개월 가까이 치료해야 조절이 되는 경우도 있다.

22일만에 일반병실 후 퇴원

저체온 치료를 시행할 경우 전신의 심부 체온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혈압, 심박수 저하와 같은 신체 전반의 다양한 생리적인 변화들과 함께 감염 위험 증가, 전해질 불균형, 인슐린 저항성 증가, 응고 병증, 심한 오한 등과 같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의 성패에도 이러한 합병증 발생 여부가 영향을 주게 된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뇌부종 조절을 위한 것이므로 뇌조직 온도만 낮추면 더 좋을 것 같지만, 현재 방법 중에는 뇌 온도만 조절하는 방법은 없다. 뇌부종 조절을 위한 저체온 치료는 치료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런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더욱 높아져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치료가 필요하다.

목표 체온을 낮추면 낮출수록 합병증 위험도 커져 환자마다 적절한 치료 체온을 결정하는 것이 중하다. 이러한 복잡한 치료과정 때문에 임상연구에서 그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치료를 위해 진정제와 신경근차단제로 환자를 깊은 수면상태로 유도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면 반복적인 신경학적 검진이 어려워 뇌졸중 환자들은 가능한 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얕은 진정 정도를 유도하여 치료하기도 한다.

박씨는 중환자실에서 저체온 치료 34.5~35도로 유지하며 22일간 치료를 진행했다. 중간에 폐렴 부작용이 있었지만, 항생제를 투약하며 호전됐다. 22일만에 환자는 일반병실로 옮겼다. 이후 걷지는 못하였으나 의식이 명료하고 대화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되어 재활병원으로 퇴원했다.

저체온 치료는 체온을 조절하여 뇌 손상을 조절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치료 방법이다. 뇌는 체온이 높을수록 그 손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평소에도 발열 관리가 중요한 조직이다. 치료를 통해 뇌부종을 100% 조절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약물치료 효과가 부족한 환자, 수술적인 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운 환자에서 추가적인 치료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뇌졸중은 중증도에 따라 여러 치료가 진행될 수 있는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치료는 골든타임 내 방문해 초급성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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