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임명된 것은 선비적 기질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감사원장 인사는 적절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최 원장은 취임 이후 정권과 불화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와 감사위원 제청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세간의 평가도 양분돼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만, 야당은 진영논리에서 비롯된 자의적 판단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당은 25일, 감사 착수 배경과 감사 태도를 문제 삼았다. 앞서 7월에는 사퇴를 압박했다. 사실 민주당 의원들이 보이는 거친 공세는 불편하다. 임명 당시 상찬하고 추켜세웠던 것을 돌아보면 민망할 정도다.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감사원이 결론에 끼워 맞추기 위해 강압적 조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있다”며 각을 세웠다. 최 원장은 “국회 요구에 의한 감사다. 어떤 결론을 갖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공박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씁쓸하다.
국회법대로라면 감사 결과보고서는 2월 말 나왔어야 하지만 9월로 늦춰졌다. 정치권은 감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탈 원전 정책이 탄력을 받거나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정치적 공세는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적어도 감사원장을 임명한 대통령 인사를 존중한다면 그래야 마땅하다. “친 원전 쪽 논리로 감사에 임하고 있다”는 박주민 의원의 억측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 원장 또한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언행을 삼갈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41% 지지를 받았는데, 과연 국민 대다수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은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 그렇지 않아도 4.15 총선 이전에 결론을 내려던 시도는 오해를 받고 있다. 최 원장은 “감사원이 외부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되면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5개월 가까이 보완감사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최 원장은 특정 정치 성향으로 입줄에 오른 적이 없다. 오히려 공직사회에 귀감이 돼왔다. 사법연수원 시절, 몸이 불편한 동료를 2년 동안 업어 출퇴근시킨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감사원은 앞으로 모든 감사에서 엄격한 잣대를 유지해야 한다. 여당 또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드릴 자세를 지녀야 한다. 우리 편만 옳다는 지독한 진영논리, 자의적인 잣대로는 누구도 설득시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