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직장인 2명 중 1명은 갑작스러운 실직 시 6개월도 버티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와중 실직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특히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 등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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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가 지난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7%가 ‘실직할 경우 재정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22일 답했다. 실직할 경우에도 어려움 없이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22.7%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실직 이후에 대한 대응이 안 된 상황에서 실직률은 전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실직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18.2%로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보다 5.9%포인트 증가했다.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20대 등 고용 취약계층의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27.8%로 정규직(11.8%)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으며, 임금수준별로는 150만 원 미만이 24.3%, 연령별로는 20대가 22.2%로 실직 경험이 각 계층에서 가장 많았다.
단체에 제보한 한 계약직 직장인은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중 일방적으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며 “연초 회의에서는 계약해지 없이 모두 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도 갑자기 해고당했다”고 사연을 전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두웠다. 직장인 10명 중 4명(39.1%)은 ‘2025년에 실직 가능성이 있을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의 경우 절반 이상(52%)이 실직을 우려했다. 임금수준별로는 최하위권인 월급 150만 원 미만 근로자의 49.2%가 실직 가능성을 제기했다.
직장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실직 등에서 보호받을 사회안전망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의 63.9%가 ‘현행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년(51.4%) 대비 1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설문에 응한 한 직장인은 “회사가 권고사직 명단을 만들어 내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12월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보직을 해임하고 한 달 후 퇴사 조치한다더라”고 남겼다.
단체는 노동약자를 위한 사회보장책 마련을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김준규 활동가는 “내수 및 대외경제 어려움에 따른 실직의 공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며 “해고는 가족관계, 사회관계에서의 고립 등 직장인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사회안전망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