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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그야말로 악재에는 눈 감고 호재에는 눈 뜨는 형국이다. 뉴욕 증시가 또 신고점 기록을 썼다. 나스닥 지수는 처음 1만2000선을 돌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와 동시에 과열 논란이 조금씩 커지는 기류가 읽힌다.
사상 첫 1만2000선 고지 오른 나스닥
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8% 상승한 1만2056.44에 거래를 마쳤다. 1만2000선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S&P 지수는 1.54% 급등한 3580.84에 장을 마감했다. 이 역시 신고가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무려 1.59% 오른 2만9100.50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월12일(2만9551.42) 당시 최고점에 점차 다가가고 있다. ‘가장 뜨거웠던 8월’ 투자 열기가 이번달 들어 2거래일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별다른 호재는 없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각 주에 오는 11월1일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할 수 있는 준비를 하라고 요청했다.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백신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신호다.
코로나19 방역을 주도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에서 (중간 결과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코로나19 백신 이용 시점이 몇 주 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지난달 말 “FDA가 3상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기 전에 백신을 승인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후보를 여론조사상 맹추격하고 있다. ‘바이든 대세론’에 긴장하던 월가가 랠리의 재료로 삼을 만한 뉴스다. 미국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증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른거리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64%대로 추가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이 연일 나와 ‘초완화정책 통화정책’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증시 랠리에 호재다.
연준의 냉정한 진단…“경제 불확실성 커”
하지만 실물경제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이날 나온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부문 고용은 42만8000명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17만명)과 비교해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아후 일디르마즈 ADP연구소 부대표는 “고용 회복이 매우 더딘 상황”이라며 “기업 규모별이든 업종별이든 아직 코로나19 이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의회의 추가 부양책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전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통화 이후 “백악관과 민주당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했다.
월가의 주목을 받는 테슬라 주가는 이틀째 하락했다. 이날 5.83% 하락한 주당 447.37달러에 장을 마쳤다. 애플 주가는 2.07% 떨어졌다.
찰스 데이 UBS 웰스매니지먼트 상무는 “증시가 연일 나오는 뉴스와는 상관없이 더 높이 상승하기만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과열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음에도 증시는 상승 탄력이 강한 만큼 월가는 혼란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거래일 대비 1.72% 상승한 26.57을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상승했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35% 오른 5940.95로 장을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각각 1.90%, 2.30% 상승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1.84%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