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내 모습도 수용해야 진짜 나를 만들 수 있어"[2024 W페스타]

김민지 GS그룹 사내식당 총괄매니저 인터뷰
"랍스타 급식이요? 아이들이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이었죠"
한정된 예산으로 특별한 식단 준비 위해 발품
나에게 낯선 모습 수용해야 '진짜 나' 만들 수 있어
  • 등록 2024-09-13 오전 5:45:00

    수정 2024-09-13 오전 10:25:02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월요일에 출근해 수요일에 퇴근하면서 2박3일간 학교에만 있었죠. 힘은 들었지만 식당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밥먹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학생들의 행복이 제 행복이었습니다.”

김민지 GS그룹 사내식당 총괄매니저가 지난 5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김민지 GS그룹 사내식당 총괄매니저(영양사)는 내달 2일 열리는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세경고교 영양사로 재직하던 시절 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랍스타 메뉴’를 선보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가 이같은 변화를 꾀한 이유는 단순했다. 급식을 먹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던 것. 당시 세경고의 급식 메뉴가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면서 김 매니저는 교육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이후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GS타워 사원 식당 총괄매니저로 근무하며 GS25와 협업해 본인의 레시피로 제작한 햄버거와 김밥 등을 시판했다.

김 영양사는 “당시 세경고는 영양사 자리가 한 달 동안 공석이었고 아이들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라고 회상했다. 아이들은 김 매니저를 보자마자 따졌다. 어떤 여학생은 식판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생각은 ‘이 아이가 나한테 왜 이래’가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였다. 이후 아이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급식 예산은 한정돼 있지만 다른 지출을 줄여 특별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열정을 보인 것도 이때다.

그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말했을 때 레시피나 조리방법을 바꾸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점심 급식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였던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그 한 끼가 따뜻한 집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매니저는 ‘세계 음식 체험의 날’을 만드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 퇴식구에 끝까지 쫓아가서 왜 남겼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랍스타 급식을 위해 손에 상처를 입어가면서도 1100명 아이들에게 일일이 가위로 다 잘라줬다. 힘들 때마다 급식실에 나가서 아이들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대기업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뒤바뀐다.
김민지 GS그룹 사내식당 총괄매니저(영양사)가 지난 5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그는 “이전에는 주로 영양사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면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영양사 업무뿐만 아니라 운영 기획 등 전체적인 총괄 업무를 맡게 되면서 업무 범위가 확장돼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방송 등 언론매체에 노출되고 외부활동이 많아지면서 자유로웠던 그가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주변의 주목을 많이 받다보니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어린 민원도 이어지면서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결국 우울증이 온 그는 ‘나다움’에 대해서 깊이 파기 시작했다.

김 매니저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즐기면서 사는 것, 자기모습 그대로 사는 게 가장 편안한 것”이라며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난 모습으로 살고자 하면 현재의 내 모습을 부정하게 된다. 이런 삶은 행복하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자신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모습도 너야’라고 인정하면서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낯선 모습도 많지만 이를 수용할 줄 알게 되는 게 진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렇게 말한 그조차도 나다움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자신의 가장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게 된 뒤 부터는 작은 것에도 행복하고 편안해졌다.

그는 “지금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한다”며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메뉴를 제공하거나 서포터즈단을 운영하면서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영양사라는 직업을 알리기 위해 외부활동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어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많다. 그는 “영양사라는 직업은 내가 만든 식단으로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웃음을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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