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에서는 이낙연, 이재명 구도가 일찍 굳어질 경우 흥행 부진을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정세균 총리를 밋밋한 경선 판을 흔들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 대표와 정 총리가 여러 부분에서 중첩된다고 한다. 둘은 경쟁 관계지만 경우에 따라선 보완재 성격을 띤다. 두 사람이 걸어온 정치 경로와 최근 행보를 보면 흥미롭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부안을 방문, 전북과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할머니도 어머니도 아내도 장모도 장인도 모두 전북인이다”고 했다. 10일 전북 고창 출신 언론인이 주축이 된 ‘고언회’ 모임에서도 반복했다. “증조부와 증조모, 조모 묘가 고창 공음면에 있고, 공음면 진씨 일가가 외갓집”이라며 강한 연고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파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치 행로는 많은 점에서 닮았다. 정치 입문은 정 총리가 빠르다. 정 총리(70)는 15대, 이 대표(68)는 16대 국회에 입성했다. 정 총리는 6선 의원으로 국회의장, 세 차례 당 대표,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 대표는 5선 의원으로 총리와 전남지사를 지냈다. 당내 입지에서는 정 총리가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두 사람은 특·장점에서 차별화된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대표는 말이 주된 무기다. 총리 재임 당시 사이다 발언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노무현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대통합신당 대변인 이력이 말해준다. 정 총리는 경제와 정책에 강하다. 쌍룡그룹 상무로 퇴직할 때까지 실물경제를, 산업자원부 장관으로서 정책을 집행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해 정책통으로 인식된다.
각기 단점도 있다. 정 총리는 자기 목소리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중도적이며 합리적인 성격은 장점이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관료사회나 정치권은 우호적이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낮다. 이 대표는 텁텁한 인상과 달리 차갑다는 평가가 있다. 총리와 전남지사 재직 당시 함께 일했던 공직자들 상당수는 이런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더디게 모인다고 한다.
여당 경선은 내년 3월부터 본격화한다. 대표직과 총리직 사퇴 시점도 내년 3월로 전망하고 있다. 호남민심은 두 사람에 대해 치열하게 경선하되, 승자가 가려지면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당내 경선이 박빙으로 가면 결선 투표가 예상된다. 호남이란 응집력을 잘만 묶어낸다면 둘 중 하나는 대선 고지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11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은 여야를 통틀어 1위(24.7%)에 올랐다. 이게 민심인가 싶어 혼란스럽다. 경쟁력 있는 잠룡을 둔 더불어민주당일지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민심의 바다는 이렇게 끊임없이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