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CJ제일제당(097950)의 바이오사업 매각이 해외 사모펀드(PEF)들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사모펀드들이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사모펀드들은 환차익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선 환율 변동성이 안정된 후, 실적 유지가 증명된 뒤에 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는 CJ제일제당을 키운 모태다. 일본 감미료 회사인 아지모노토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라이신,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최근 3년(2021~2023년) 매출이 모두 3조원을 넘겼으며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도 3조1474억원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 중이다.
환율 급등에 가격 유리해진 해외 PE
윤석열 대통령의 계염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도 해외 사모펀드들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바이오사업부 기업가치는 6조~8조원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환율이 1400원에서 1430원으로 상승하면 이를 달러로 환산한 매각가는 9000만달러(2% 이상) 낮아져서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투자 심리가 약해져 계약 조건을 추가하거나,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 국면에서 국내 기업에 투자를 검토 중인 해외 사모펀드들은 매수 전략을 더 공격적으로 추진할 동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정국 불안이 요인이 된다면 딜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CJ제일제당이 유리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황 민감한 바이오…가격 영향 줄까
다만 바이오 사업부는 업황에 민감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탓에 실적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6조원의 기업가치가 지난해와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된 건데, 당장 내년 글로벌 업황이나 시장 수요가 꺾일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적절한 조건으로 바이오 사업부 매각이 성사된다면 CJ제일제당 전사적인 실적 안정성과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소 2조원 이상의 순차입금 축소가 이뤄진다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