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 총통 "지방선거 참패 책임질것" 사퇴…脫중국 정책도 '삐걱'

집권 민진당, 지방선거서 6개 직할시 중 2곳 승리 그쳐
야당 중국국민당, 22개 현·시 중 15곳서 승리
차이 총통, 조기 레임덕 평가…2020년 연임 '빨간불'
국민투표서도 반중·탈원전·동성결혼 등 '차이표' 정책 줄줄이 부결
  • 등록 2018-11-25 오후 12:44:09

    수정 2018-11-25 오후 4:48:05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대만의 반중·친미(反中·親美) 노선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참패해서다. 그간 중국에 독립적인 성향을 보여 왔던 차이 총통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에서는 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 이름으로 나가자는 안이 부결됐다. 사실상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묻는 투표였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가 25일 발표한 지방선거 결과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만 22개 현·시 선거에서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이 15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민진당 후보가 승리한 곳은 6곳에 불과했다. 특히 6개 직할시 중에선 타오위안과 타이난시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지난 20년 동안 민진당이 패배한 적 없는 가오슝이 국민당으로 넘어간데다, 당 차기 주자로 여겨졌던 린자룽 타이중 시장 후보마저 패배하는 등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번 선거가 2016년 집권을 시작한 차이 총통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다는 점에서 조기 ‘레임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국민들이 차이 총통의 정책에 동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합보가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7.6%가 정부의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 처리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차이 총통 집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국의 외교·군사·경제적 압박에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안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지방선거 패배로 차이 총통의 국정 장악력은 약화될 전망이다. 그가 집권 이후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탈(脫)중국화’ 정책이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얘기다. 2020년 1월 재선에서 차이 총통의 연임 가능성도 대폭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차이 총통은 패배가 가사화되자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당 주석으로서 오늘 선거 결과에 완전한 책임을 지겠다” 당 주석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 결과에서도 민진당의 탈중국 또는 진보 성향과 궤를 같이 하는 안건들이 줄줄이 부결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현재 사용 중인 ‘차이니즈 타이베이’ 대신 ‘대만’이란 이름으로 출전하는데 찬성표를 던진 유권자는 476만여명으로 가결 기준인 25%(493만9267표)에 미치지 못했다.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법 조항은 폐지 동의를 얻어 탈원전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 제한해야 한다는 항목은 700만명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민법상 동성결혼을 금지토록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될 예정이었으나, 국민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를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동성결혼과 관련된 5개 안건에 대만 국민들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외에도 일본 후쿠시마 및 주변지역 농산물 수입금지, 화력발전소 신설 및 확장중지, 초중고교서 동성문제 등 다양성 교육 폐지 등의 안건이 통과됐다. 대만 정부는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항목들에 대해 관련 내용을 반영한 법안을 3개월 안에 입법원(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입법원은 심의를 통해 법안 통과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한편 차이 총통이 반중·친미 성향을 보여왔던 만큼 미국 언론들도 민진당 참패 및 차이 총통 사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CNN은 “당 주석직에선 내려왔지만 여전히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이라고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2016년 12월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와 37년 만에 전화통화를 가져 중국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2016년 차이 총통 당선에 “미국은 성공적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의 역동적인 힘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대만 국민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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