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업종 전성시대가 왔다…내 꿈은 세계 최고의 공사장 인부 [툰터뷰]

웹툰 '노동본색·이장본색' 작가 지뚱 인터뷰
"직업에 대한 인식을 뒤집은 세상 궁금증이 시작"
"삶에 밀접한 부분 소재로 비틀고, 뒤집고 풍자"
"호흡 짧은 개그 웹툰 차기작으로 준비 중"
  • 등록 2024-10-20 오후 2:26:16

    수정 2024-10-20 오후 2:26:16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지금 공부 안하면 드울(더울) 때는 드운(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땐 덜덜 뜰면서(떨면서) 일한다이?”

공부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학교에 가는 더 큰 이유였던 초등학생 때부터 교복을 입은 후 ‘중2병’을 지나 대학 진학에 모든 기력을 쏟던 고등학교 시절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같은 말을 들었다. 2002년 월드컵의 기적을 두 눈으로 봤던 천진난만했던 시절에는 ‘안정환, 홍명보, 이운재’ 같은 축구 선수들을 떠올리며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공부를 안 하면 어렵고(Difficult)·더럽고(Dirty)·Dangerous(위험한) 일명 ‘3D’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선생님들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며 마치 ‘채찍’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후 12년의 목표를 이루고 학교 교실에서도 딱히 할 일이 없어 창 밖만 보던 와중 문득 대학 이후에는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등을 넘어 일, 즉 ‘노동’을 왜 해야 하는지까지 도달했다.

카카오웹툰에서 지뚱 작가가 연재 중인 ‘노동본색’(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당시에는 그다지 명쾌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른이 넘은 지금의 모습과 여태까지의 경험을 종합하면 결국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게 정론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모든 직업’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지뚱 작가가 연재 중인 웹툰 ‘노동본색’은 3D 업종을 둘러싼 편견을 정반대로 뒤집은 작품이다. 어느 날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이전의 문명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워지면서 건설, 농사, 택배 등이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유망 직종이 됐다는 설정이다.

특유의 개그 코드와 현실을 반대로 비튼 신선한 설정 등이 더해져 재미는 물론, 생각할 여지까지 제공하는 노동본색 작가 지뚱을 지난 18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최근 연재 중인 ‘노동본색’의 소재가 신선합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등 단어와 사람들의 인식을 보면 직업의 귀천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뒤집으면 어떤 세상이 될까?’ 하는 궁금증으로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작가로서의 노동은 괜찮으신지요.

‘노동’이란 때가 되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고, 힘들고, 보람되고, 허무하더라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작가로서의 ‘노동’은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길어져 피곤하고 손이 아플 때도 감사하고 즐겁다는 생각을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앞서 연재하셨던 ‘이장본색’도 농촌과 대기업 간의 갈등 등 현실적 문제를 다룬 것 같았는데요.

학창 시절을 농촌에서 지낸 경험 덕분에 작품을 구상할 때 현실적인 부분이 담기긴 했습니다. 이런 부분의 문제들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고, 모두가 그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테니 문제를 문제화 시키려는 의도보다는 농촌에서도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본색’ 시리즈를 통해 사회에 전달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지역, 직업 등 우리 삶에 밀접한 부분에서 소재를 찾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비틀고, 뒤집고, 풍자하면서 독자님들과 울고, 웃으며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장본색, 귀싸대기, 육갑 등 여러 작품을 연재하셨는데 전부 작가님의 경험이 소재가 됐나요.

이장본색은 저의 학창 시절과 20대 초반의 농촌 생활에서, 육갑은 폐쇄적으로 살았던 20대 후반의 경험에서, 귀싸대기는 30대 초반의 고시원에서의 생활이나 힘들었던 경험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본 작가님의 작품은 산악구조대와 클라이밍을 소재로 한 ‘피치(PITCH)’였는데요.

‘피치’는 글 작가님이신 홍성수 작가님이 구상을 하시고, 저는 서강용 작가님과 함께 그림 부분을 맡았습니다. 홍성수 작가님께서 산악 구조 대원의 경험이 있으시고, 클라이밍에 관심이 있으셔서 콘티를 재미있게 작업해 주셨고 서강용 작가님께서 제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많이 채워주셔서 피치의 결과물이 좋게 나온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다른 작가님들과 처음 협업을 한 작품이라 의미가 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이후에 나왔던 작품들은 피치와는 달리 작가님 특유의 개그 요소가 눈에 띄었습니다. 평소에도 재밌다는 평을 들으시는 편이신지요.

제가 스토리를 쓰는 작품에는 다양한 개그를 넣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상황을 고민하고 그려내는 것을 좋아해서 이야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개그 요소를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본 후 저를 만난 분들은 작품과 매치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재미없다고 하시기는 하지만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다는 평을 듣는 편입니다.

△특정 장르를 선호하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개그, 액션, 판타지, 로맨스 등 어떤 것을 하더라도 저의 색이 묻어날 거라고 생각해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소재가 떠올랐을 때 그 소재를 저의 경험에 녹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장르를 선정합니다.

△차기작 계획이 있으실까요

현재는 이상신, 탐이부 작가님과 함께 호흡이 짧은 개그 웹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재 중인 노동 본색의 남은 이야기 외에도 보여 드리고 싶은 아이템이(개그, 스포츠 등) 몇 개가 있고 그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천천히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저는 타이틀이 쌓일 수록 계속 성장을 하는 작가, 성장을 멈추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었으니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들에게 최애 작가가 되는 것도 정말 좋겠지만 2등, 3등, 10등, 100등이라도 항상 재미있고 볼만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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