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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기술 선도국들보다 앞서 ‘전략기술’을 선점하겠다”면서 중점 추진할 정책으로 ‘AI G3(3대 강국) 도약’을 첫손에 꼽았다. 산업계와 함께 경쟁력 있는 AI·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게 AI 정책의 큰 틀이다.
AI 분야에서 시급한 현안은 ‘AI 기본법’ 제정이다. AI 기본법은 정부가 국내 AI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고위험 AI의 범위가 모호하고, 생명·안전·인권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한 규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유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AI 기본법이 진흥과 규제 중 어느 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초기에는 진흥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발의된 AI 기본법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우려되는 AI 안전 문제도 보완책을 마련해 국회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AI 전문성 부족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떨쳐내야 한다. 유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챗GPT를 써보지 않았다”고 답해, AI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AI 전문가들은 장관이 AI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다.
AI·6G 시대 대비한 통방 정책 수립 필요
통신 정책과 관련해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와 알뜰폰 육성 등 기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지속하면서 통신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찾겠다는 계획이다. 산업계와 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건 후자다. 유 장관은 여러 차례 “통신비 인하를 넘어 AI와 6G 시대로의 전환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통신 정책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간 통신비 인하에만 몰두해 미래를 준비하는 통신 정책 수립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IT 산업에서 인프라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고도화에 투자하고 AI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IT 산업 생태계가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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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망 사용료에 대한 유 장관의 신중한 접근에 대해 “망 사용료는 기본적으로 사업자 간 사적 계약에 기반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기 까다로운 문제”라면서도 “우리나라 사업자들이 손해를 입고 있는 지점이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적극 소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플랫폼 덕분에 K-컬처가 글로벌에 확산해 생긴 국익도 크다”며 “글로벌 사업자들과는 협력과 견제 사이 균형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과학 분야에서는 R&D 예산 삭감에 따른 연구현장 혼란 수습과 R&D 시스템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거론된다. 유 장관은 “지난 몇 년간 R&D 예산 급증에 따라 누적된 비효율 조정 과정에서 부정적인 표현들이 언급됐는데 일부 사례가 과학기술계 전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쳐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에 상처가 돼 아쉽다”며 “연구비 삭감으로 연구 활동이 위축됐다고 듣고 있는데 연구현장과 소통해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꼭 필요한 예산들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공계 인재 양성도 주요 현안이다. 의대 진학이나 해외로의 우수인재 이탈을 방지하고 인구 소멸 시대에 대응하려면 각별한 조치가 요구된다. 유 장관은 우선 연구생활장학금(스타이펜드) 도입을 통해 우수 인재의 석박사과정 진입을 촉진하고, 4대 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을 중심으로 고급인재 양성 기능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 인재들에게 미래 진로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경제적 보상과 사회 가치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과학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세부 이행 체계를 만들고, 기초과학 연구가 세계적인 성과나 산업화 응용기술로 발전하기 위해 역할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임기 내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나온다”며 “모든 부처와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과학기술·디지털 플랫폼 부처로서,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