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올해 13만 가구를 조기 착공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공사비 문턱’에 걸려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 완화가 ‘안전진단’에 집중돼 이를 통과한 단지는 쌓여가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이 늘면서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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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데일리가 서울시 25개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정비사업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한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총 101개 단지(11만 5286가구)다. 하지만 이중 조합 설립이 진행된 곳은 강동구 고덕 주공9단지(1320가구) 단 한 곳이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재건축 안전진단과 조합설립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지난해 1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춘 데 이어 올해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으로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면제했으며, 지난 8·8 부동산 대책에서는 30년 미만 된 아파트도 주민들이 원하면 안전진단을 면제해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 패스트트랙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하며 조만간 정부가 약속한 13만 가구(서울지역)가 안전진단까지는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치솟은 공사비로 분담금이 늘며 사업 진행이 아예 멈춰선 곳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월 104.1을 기록한 이후 계속 오르며 지난 10월 130.2까지 치솟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로 문턱을 낮춘다고 추진되는 게 아니라 ‘사업성’이 있어야 진행이 된다”며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보다도 과도한 기부채납 비율을 낮춰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등 다른 주택 공급 정책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