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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 규모(보관금액)는 932억 2198만달러(130조 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630억 2349만달러·88조 900억원)보다 47.92% 증가한 수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2위인 SK하이닉스(142조 9796억원)의 덩치와 12조 6000억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내 증시가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주식은 경기침체 우려 등을 딛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실제 최근 6개월 코스피 지수는 6.12% 빠졌고, 코스닥 지수는 15.81%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4.29%, 나스닥 지수는 16.23%씩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지수 역시 12.46%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미국은 견조한 소비를 확인한데다, 하반기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투자도 급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4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15%로 6%포인트 인하하고 도드-프랭크 법안을 완화하고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수정하는 방안을 내세운 바 있다. 미국 기업, 특히 제조업에 유리한 공약이다.
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을 둘러싼 우려는 확대 중이다. 실제 대선 개표 중 트럼프 당선인으로 승기가 기운 6일 현대차는 3.95%, 기아는 2.06%씩 하락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통상 정책은 모든 미국으로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보편 관세 시행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코스피 투심을 옥죄는 이슈는 분명하다는 평가다.
접근성도 높아져…‘국내서는 바이오·엔터주가 기회’ 목소리
일각에서는 환율이 급등해 지금 미국 주식을 매수하기엔 가격 부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396.60원으로 마감하며 1400원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까지는 강달러 압력이 이어지며 1420원선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미국 증시 진입이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과거에는 분산투자 차원에서 미국 주식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국내 시장의 대안으로 미국 주식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개인 수급이 악화할 수 있는 국면이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고위 관계자 역시 “더 높은 수익률, 혹은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옮기는 건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이슈가 해결되자 마자 ‘트럼프 2.0’ 시대가 대두하며 국내 증시에 자금이 몰릴 타이밍이 사라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투자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한국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고유의 강점이 부각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어 주목할 만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