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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부양책이 미국 경제 전반, 특히 코로나19 이후 타격이 큰 서민들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부양책을 기다렸던 미국인들을 내팽개쳤다는 것이다.
트럼프 “부양책 대신 대법관 인준 집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측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코로나19와 전혀 관련이 없는 형편 없는 구제금융 등에 2조4000억달러(약 2787조6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1조6000억달러(약 1858조4000억원)의 매우 관대한 제안을 했지만 펠로시 의장은 여느 때처럼 선의의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가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과 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 법안을 처리할 때까지 (코로나19 5차 부양책) 논의를 중단하라고 우리 측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썼다.
애초 행정부와 민주당은 각각 3000억달러, 3조3000억달러를 각각 제안했을 정도로 간극이 컸다. 하지만 최근 행정부 측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펠로시 의장은 최근 잇따라 협상에 나섰고, 갈수록 이견을 좁히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기대감이 높아지는 와중에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보이콧 소식을 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화당 의회 지도부와 부양책을 두고 논의한 이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연방대법원의 존재감은 과거 어느 대선때보다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의 부실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선 불복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연방대법원의 판단까지 거쳐야 할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 색채가 짙은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 처리가 그에게는 절실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수준이고 고용과 실업률 역시 마찬가지”라며 “미국은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고 아직 최고는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자형 양극화 우려 커지는데…비판 봇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전 전미실물경제협회 연례회의 강연에서 “지난 5~6월 뚜렷했던 경기 반등 조짐이 최근 희미해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해) 당국이 정책에서 손을 떼어버릴 경우 가계와 기업에 불필요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8만4000건→89만3000건→86만6000건→87만3000건→83만7000건으로 5주 연속 100만건에 육박했다. 일주일에 1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최고 수준이다. 특히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형’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보다 자신을 앞세우는 본색을 드러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깨부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백악관은 지금 완전히 혼돈에 빠져 있다”고도 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일자리를 잃고 퇴거 위험에 처한 수백만 미국인들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양책 타결 기대감에 부풀었던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4% 하락한 2만7772.76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중단 소식을 알린 오후 2시48분 직후 다우를 비롯한 뉴욕 3대 지수는 곧바로 하락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