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잠들고 어둠이 내려와 별을 찾는 밤 달빛도 한가로이 산책하는 하늘공원
개망초 하얀미소에 강바람이 속삭이고 강아지풀 살랑대는 언덕위 억새숲벤치에 풀벌레들 한밤의 음악회를 연다
굽이치는 한강도 층층계 타고올라와 졸고있는 남산을 불러 깨우고 철새들도 날아와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다” (난지도, 임병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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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마포구 메타세쿼이아 길을 찾았다. 붉은 우산을 펼친 듯 겹쳐진 상사화와 바닷속 하늘거리는 말미잘 같이 생긴 꽃무릇이 무리지어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독특한 모양새가 눈길을 끄는 상사화와 꽃무릇은 고창과 영광 지역이 유명하지만,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 보였다.
사실 난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산’ 이라는 오명으로 유명했다. 이에 마포구는 구민의 수십 년 설움과 눈물을 위로하고 난지도의 아름다웠던 옛 이름을 되찾아주기 위해 지난 1999년 난지도 하늘공원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조성했다. 하늘공원 동쪽 산책로 450m, 남쪽 산책로 900m에 시원하게 뻗은 산책로와 하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볼 수 있어 아는 사람들만 찾는 ‘힐링 코스’였다.
메타세쿼이아 길옆에는 작은 길과 의자·벤치를 놓은 ‘소곤소곤길’도 구성해뒀다. 걷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곳곳에 쓰여진 ‘시’다. ‘시인의 거리’라고 이름 붙은 코스에는 마포문화원과 마포문인협회가 선정한 50여 편의 시가 어울리는 삽화와 함께 전시돼 있다. 시는 계절 감성에 맞게 교체를 하고 있어 풍경에 더해 문학의 향기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메트세퀘이아길은 다소 방치돼 조성 이후 일부 사람들만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에 안타까움 느껴 서울시와 협의 끝에 꽃을 심고 관리를 하게 됐다”며 “깊어가는 가을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