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키움증권의 키를 잡자마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에게 처음 주어진 임무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은 키움증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엄 대표는 흔들리는 키움증권의 중심을 잡았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업으로써 내실을 다지고, 이제는 국내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획득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그 원동력은 엄 대표의 리더십이 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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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엄 대표는 올해 초 취임하자마자 조직부터 재정비했다. 특히 지난해 키움증권이 내홍을 겪는 모습을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 자리에서 목도한 그는 키움증권의 기초공사부터 다시 시작했다. 취임 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리모델링’이 아닌 ‘첫 삽을 떴다’고 표현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엄 대표는 키움증권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고객들의 신뢰를 얻겠다며 현업, 리스크관리, 감사 부문의 3중으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유기적으로 리크스에 대응할 수 있게 체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을 정식 팀으로 승격하고, 자회사 리스크와 내부통제 통합관리를 위해서 그룹위험관리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한, 20여 년 동안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석호징 전 삼정KPMG 이사를 영입해 리스크관리부문장(CRO)을 맡겼다. 그리고 이를 조직문화로 스며들게 했다. 리스크 관리의 시작과 끝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는 신념에서다. 직원들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업무 지식을 매주 스터디하는 식으로 긴장감을 유지했다는 후문이 있다.
리스크 관리 외에도 엄 대표는 ESG에도 힘썼다는 평을 받는다.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하면서 ESG의 중요성을 알게 된 그는 고객·주주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직에 적용했고, 그 결과 키움증권은 ‘밸류업 1호 공시 기업’ 타이틀을 얻었다. 키움증권은 금융당국이 밸류업 공시를 시작하기도 전인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주주 환원율 30% 이상을 지키며, 향후 3년간 평균 ROE 15%를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엄 대표는 2011년 4월부터 키움증권 사회공헌단인 ‘키움과 나눔’ 단장을 12년 동안 역임한 바 있다. 올해 초 조직 개편에서도 ESG팀을 새로 만들었고,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했다. 올해 ‘디딤 씨앗 통장’, ‘한국장학재단 장학금’ 등 장학 지원과 의료지원, 초·중·고등학생·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 임직원 헌혈 등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은 ESG에 대한 엄 대표의 의지를 드러낸다. 그 결과 올해 키움증권의 ESG 평가등급은 환경 ‘B’, 사회 ‘A’ 등급을 유지했고, 지배구조는 전년 대비 한 단계 상승한 ‘B+’를 기록했다.
2007년 키움증권의 자기자본투자(PI) 초대 팀장답게 실적 개선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연결기준 3분기 누적으로 6886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9.3%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9.1% 증가한 918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올해 ‘1조 클럽’에 재가입을 눈앞에 뒀다.
코스피가 부진하고 있지만, 리테일 시장 강자 자리도 굳건히 유지 중이다. 해외 주식 투자자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3분기 국내주식 기준 키움증권의 시장 점유율은 28.7%로 전년 동기(29.6%)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해외주식 기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28.8%) 대비 5.1%포인트 오른 33.9%로 나타났다. 고객 전체 계좌수도 10월 기준 1468만개로 전년 대비 9.1% 늘었다.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계좌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내년 엄 대표는 국내 증권사로는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도전한다. 이미 올해 모의 훈련을 통해 내실을 다져왔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종합금융팀’을 신설하고,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 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해 발행어음 비즈니스에 진출하고, 회사를 한 단계 더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존 퇴직연금준비 TF를 연금사업팀으로 승격해 연금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