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탈북 징후"…군 수뇌부, 북한도발 핑계로 계엄병력 마련

"北 도발 가능성 포착…준비 태세 갖춰라" 거짓 지시
  • 등록 2025-01-04 오후 5:18:28

    수정 2025-01-04 오후 5:26:38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군 수뇌부가 북한 도발이나 대규모 탈북 등 북한 관련 대응을 근거로 병력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진입한 계엄군.(사진=뉴시스)
4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김 전 장관 공소장을 통해 이같은 정황이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달 1일 북한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수여단장들에게 출동 대비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곽 사령관의 이 같은 행보는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시 국회 등 주요 기관 장악 명령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곽 사령관은 707특수임무단에도 “북한과 동조 세력의 서울 도발 가능성이 포착됐다”며 진압 작전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707특임단은 계엄 선포 후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한 부대다.

공소장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김 전 장관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며칠 이후로 준비되면 보자”고 말하자 곽 사령관이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사실이 기록됐다.

통화 직후 김 전 장관도 같은 번호로 연락해 “깜짝 놀랐지. 내일 보자”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군정보사령부의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배치도 북한 관련 명분이 제시됐다. 검찰에 따르면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계엄 선포 50일 전인 지난해 10월 14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대규모 탈북 징후’를 근거로 극비 임무 병력 준비 지시를 받았다.

문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 점심 무렵에는 ‘오늘 저녁 9시께 정부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는 노 전 사령관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문 사령관은 ‘전투복에 야전 상의, 전투 조끼, 전투모, 권총 휴대, 실탄 인당 10발 정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작년 11월부터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을 언급하며 방첩사 간부들에게 비상 대기 태세를 지시했다. 계엄 당일 오전에도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북한 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 사령관이 지휘한 방첩사 병력은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조로 꾸려져 계엄 당시 국회, 선관위 등으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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