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산 분리 완화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은행권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금산 분리(금융·산업 자본이 상대 업종의 소유나 지배를 금지하는 원칙)’ 완화도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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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금융산업은 건전성 규제, 영업 규제, 감독 검사 규제에 진입·퇴출 규제 등 상시적 규제를 광범위하게 받으면서 국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일본만 해도 지난 2016년 이후 은행과 은행 자회사, 계열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이 ESG 경영과 지역 활성화, 산업 생산성 향상 등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 앞서 국가와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 제고 등 사회 공헌 비중을 늘리기 위해 금산 분리 완화를 추진했다. 규제 완화 덕택에 일본 지방은행은 부수 업무로 인력소개업을 등록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방 소재 기업의 구인난 해소를 적극적으로 도와 ‘지역 금융’ 기틀을 공고히 하고 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스템 등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ESG 관련 시스템을 제공해 지속 가능한 성장도 거든다.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염두에 둔다면 단순히 은행이 비은행 분야를, 기업이 은행 소유 허용 여부만을 따져 규제한다는 게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은행이 다양한 비금융 사업을 할 때 고객에게 제공하는 융복합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 역량 제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금융위원장의 이번 규제 완화 발언과 금융위의 관련 방안 검토는 모두 반길만하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 규제 완화 방안을 이끌 전향적인 논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