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저희는 통계자료만 내는 거라… 유의해서 지켜봐야죠” 지난 3일 정부 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2010년 기준 시장구조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성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독과점구조 유지산업에 대한 제재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자, 머뭇거리며 한 답변이 이랬다.
본인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는 뉘앙스도 풍겼다. 시장구조개선과장의 역할은 조사 결과를 발표할 뿐, 추후의 일에 대해 관여할 바는 아니라는 말투다. 궁색한 변명은 아니다. 본인의 직책에서 굳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통계청이 아니다. 이날 김 과장은 40분 가량의 브리핑 시간 중 상당 부분을 나열된 숫자를 읊조리는 데 할애했다.
내용은 정유와 전자, 자동차 등 시장규모가 큰 산업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됐고, 독과점 유지산업의 수는 총 47개로 직전 조사에 4개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이들 독과점 유지산업의 경우 시장지배력 행사의 가능성도 높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이나 대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건 시장감시국, 카르텔조사국 등 공정위 내부의 다른 국에서 할 일이라는 듯 하다. 결국 김 과장이 남의 얘기처럼 답변한 것도 이런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감시 기능이 없는 공정위의 이날 브리핑을 보고 있자니 ‘경제검찰’이라는 평소 애칭이 아까울 정도다.
브리핑을 보면서 공정위 내부의 칸막이가 여전히 굳건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칸막이가 없다면 다른 국과의 협조로 대응 방안에 대한 내용까지 기자들 앞에서 속시원히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부처간 협업과 칸막이 제거를 얘기하는 데도, 공정위 내부에서조차 협조가 안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새 정부는 부처간 공조를 내세우면서 각종 TF를 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부처 업무보고 자료에서 밝힌 TF만 10개에 달한다. 하지만 책임 소재가 명확치 않은 TF의 남발은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협업이 안되는 TF는 탁상공론만 거듭하다 생색내기식 결과물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 것만 챙기는 공정위의 ‘칸막이 브리핑’을 보면서 우후죽순 TF의 삐걱거리는 그림이 그려졌다면 기우일까.